’나가수’ 음원 차트 쓰나미, 가요계의 걸림돌? 도우미?
OSEN 최영균 기자
발행 2011.03.28 07: 4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나는 가수다’가 생존의 기틀을 마련한 듯하다.
분명 예능 사상 최고의 논란이었을 한 주를 보내면서 존속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7일 방송분에서 또 한 번 ‘진짜’ 음악으로 부정적이었던 여론의 방향을 다시 바꿔 놓았다. 또한 역시 이 날도 공연을 펼친 음원이 발매돼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쓰나미처럼 휩쓸어버렸다.
비록 한 달을 결방하기로 했지만 ‘나가수’는 확실히 돌아올 분위기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격주로 음원 차트는 ‘나가수’ 음원으로 초토화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와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나가수’를, 가요계를 위해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큰 뜻에서는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장 자신들이 발표한 음원이 차트에서 낙엽처럼 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특히 신곡을 톱10에 올려 놓고 정상을 노리는 가수들 처지에는 ‘나가수’가 정상 도전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불안감을 은근히 표시하는 가수들도 눈에 띈다.
특히 이 음원의 수익은 기존의 음원 수익 배분율에 따르면 노래를 부른 출연 가수들에게 별로 돌아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가창자 수익 분배 요율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결국 재주는 가수가 부리고 돈은 방송사와 유통사로 대부분 돌아가는 이 구조가 가요계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되냐는 불평도 존재한다.
‘나가수’의 음원이 가요계에 훼방꾼이 될지 도우미가 될 지는 결국 음악 소비자들의 음악 수용 태도의 변화까지 이어지느냐의 여부로 판가름될 듯하다. 단순히 ‘나가수’ 음원이 많이 팔리기만 하고 별 영향 없이 끝난다면 가요계의 걸림돌로 가요사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중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현재 활동 가수들은 피해를 입더라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결국 ‘나가수’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요 산업에 끼친다면 어린 가수들은 지금은 좀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자신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나가수’는 분명 한국 대중들에게 편곡의 의미와 라이브의 묘미를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특히 빼어난 편곡과 가수의 해석 능력을 통해 원곡과 편곡된 곡 모두 생명력을 갖게 되는 상황을 ‘나가수’를 통해 확실히 경험하고 있다.
이를 인지하는 것은 대중 음악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몰랐을 경우 가수나 기획사가 던져주는 대로 음악을 감상하는 ‘곡 중심’의 수동적 방식으로 음악을 수용하게 되지만 알게 되면 ‘아티스트 중심’ 또는 ‘장르 중심’으로 음악을 능동적으로 찾아 듣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음악 소비에서 중요해지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노장 가수들도, 비주류 장르의 음악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형성된다. 흔히 한국 가수들이 부러워하는 해외 음악 시장들이 그런 구조로 돼 있다.
‘나가수’를 통해 라이브의 묘미를 느끼는 것도 가요계를 위해 바람직하다. 퍼포먼스가 곡을 얼마나 다르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지도 깨닫고 있다. 결국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즐기고 싶다면 공연을 찾아가야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또 많은 후속 변화가 수반돼야 하지만 어쩌면 ‘나가수’라는 방송은 가장 바람직한 경우, 방송의 영향력을 떨어트리고 공연의 중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내적 모순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물론 ‘나가수’ 혼자의 힘만으로 이상적인 가요 시장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나가수’에 대한 관심이 뒤틀어져 있던 가요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나가수’의 음원 차트 쓰나미도 당분간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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