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재탄생, 듣는 음악의 시대 온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4.10 07: 51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비수기인 4월 국내 영화가에 상영하자 마자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영화 “위험한 상견례”를 보았다. 현재 시점이 아닌 1989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40대 이상의 중년 관객층도 꽤 많았는데,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독특한 영화 소재가 코믹 영화로써 흥행 조짐이 엿보였다. 또한,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80년대 후반기 인기 가요와 팝송이 사용되어 그것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20여 년 전의 추억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할 것 같다.
과거 발표됐던 노래와 음반들이 리바이벌 혹은 리메이크되어 대중들에게 다시 재조명을 받는 것은 음악계에서 이미 일반적인 일이 되었지만, 유독 올해 들어 ‘오래된 명곡과 명반 그리고 명가수’에 대한 음악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듯 하다.
지난해 “슈퍼스타K2”에서 시작되어”나는 가수다”로 이어진 ‘옛 가요-주로 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발표곡-‘에 대한 재해석(리메이크)은 발표와 동시에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 가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5~60대 중 장년층이 공연 티켓과 음반을 사며 ‘문화 소비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 ‘세시봉 신드롬’  은 현재 음반 차트를 석권하며 음반 시장 활력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시봉 효과’는 5~70년대 팝송이 다시 커다란 주목을 받게 만드는 계기도 만들어 냈다. 한편, 다국적 음반사들은 팝 명반들을 리마스터링 하거나 스페셜 앨범 형태로 만들어 재발매하며 CD 시장의 회생 가능성을 어느 때 보다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 영화•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되는 가요 명곡들 - 
“나는 가수다”를 통해 멋진 노래를 선보였던 7명의 가수들의 노래들은 음원이 공개되기가 무섭게 주요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소라의 2004년 발표곡 ‘바람의 분다’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만들어 낸 후, 윤도현의 ‘나 항상 그대를(이선희 원곡)’과 정엽의 ‘짝사랑(주현미 원곡)’등 80년대 가요 명곡이 리메이크되어 역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며 예상치 못한 대박을 쳤다.
가수들이 각자의 히트 곡을 바꿔 노래하며 ‘명품 재해석’의 진가를 보여준 3회 방송공연 곡 역시 현재 음원 차트 1위 곡 김범수의 ‘제발(이소라 원곡)’을 비롯 김건모의 ‘You Are My Lady(정엽 원곡)•백지영의 ‘약속(김범수 원곡)’•박정현의 ‘첫인상(김건모 원곡)’등 7곡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는데, 속된 말로 “나는 가수다”의 음원이 차트를 도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스타 K2”의 오디션 결선 참가자들이 아마추어로서 주옥 같은 가요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면서 프로그램의 대박 성공과 함께 각종 음원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 집단’이 꼴찌가 되지 않기 위해 혼신을 다해 준비한 리메이크 곡을 향한 음악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또한, 생방송을 막 시작한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도 다수의 가요 명곡들이 재조명을 받을 것은 확실하다
한편 “위험한 상견례”를 통해 오랜 만에 대중적인 국내 영화 OST 주제가의 히트 조짐이 예견된다. 칼럼 서두에서 소개했듯이 80년대 후반 꽤 많은 인기를 얻었던 명곡들이 대거 등장한다. 1988년 ‘한국의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던 댄싱 킹 박남정이 카메오로 등장 히트곡 ‘널 그리며’를 부르는 장면은 1980년대 말 댄스 음악 열풍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중요한 테마 곡으로 80년대 후반 가요 명곡인 ‘세월이 가면(1988년 곡-최호섭 원곡)’과 ‘이 밤을 다시 한번(1987년 곡–조하문 원곡)’이 사용되어 관객들에게 깊게 각인되고 있다.
최호섭은 ‘세월이 가면’으로 KBS의 전설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 톱 텐” 3주 1위를 차지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 곡만을 남겨 놓고 인기와 멀어졌다. 최성수•이승환•조성모•리아•마야는 물론이고 탤런트 송승헌과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도 리메이크할 정도로 꽤 많은 가수들이 다시 노래한 80년 대 후반기 발표된 대표 히트곡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작년 “슈퍼스타K2”의 Top 8 진출자 박보람의 버전으로 또 다시 대중들에게 인지되었고, “위험한 상견례”에서는 여주인공 이시영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을 선보이며 OST에 참여하였는데 최호섭의 원곡도 영화 속에 등장하여 주요 테마 곡으로 사용 되어 300만 이상의 관객이 들 경우에는 대중에게 또 다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1987년 초겨울 당시 차트 1위에 올라 대히트를 기록했던 록 그룹 마그마 출신 조하문의 솔로 데뷔 히트곡 ‘이 밤을 다시 한번’은 신인 여성 듀오 B on D(비온디)가 록 댄스 스타일로 리메이크해서 영화의 엔딩 타이틀 곡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08년 연말 선보였던 흥행작 “과속스캔들”에서 ‘아마도 그건’과 ‘자유시대’가 리메이크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이후 3년여 만에 괜찮은 영화 OST 히트 곡의 탄생을 그려 본다.
한국 대중 음악 시장의 일련의 붐 현상 보다 먼저 발생했던 미국의 경우, 폭스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중인 청춘 물 “글리(GLEE)”를 통해 유명 팝 음악을 리메이크한 OST가 이미 5장이 넘게 발매되어 상당한 인기를 모아왔고,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등을 통한 오디션 참가자들의 팝 명곡 재해석을 통한 인기 역시 계속적인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붐이 본격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요 명곡의 재해석”작업은 더욱 더 활발해지고 음악 시장에서의 비중은 더욱 팽창될 것으로 예상된다.
- 팝 명반, 다양한 변신으로 생명력을 얻다  –
명곡의 재발견 못지 않게 팝 음악 명반들이 여러 형태로 변신을 계속하며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비틀즈(Beatles) 베스트 음반 2종과 퀸(Queen)의 정규 앨범들이 리마스터(Remastering)되었고,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Cheap Trills”•밥 딜런(Bob Dylan)의 “The Freewheelin’”•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Round About Midnight”등 대표 명반이 오리지널 LP 디자인을 살린 ‘LP Miniature Limited Edition’으로 한정 발매되어 전세계 마니아들의 소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사이먼&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년 발표)”와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남겨 놓은 명반 “Faith(1988년 발표)”이 기념비 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것이 반갑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음악계를 상징하는 대표작으로써 두 앨범은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였고, 빌보드 연말 차트에서 해당 연도의 싱글과 앨범 차트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남긴 보유하고 있다.
사이먼&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발매 40주년을 기념하는 ‘40주년 기념반’으로 리마스터링된 원래 음반과 1969년 미공개 라이브 실황을 더해 2장의 특별 앨범으로 재탄생 되었고, 발표된 지 20년이 넘은 조지 마이클의 “Faith” 역시 20주년을 기념하며 리믹스 곡과 연주 곡을 담은 보너스 CD를 추가 ‘리마스터팅 스페셜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한국 대중 음악사에 남아 있어야 할 가요 명반들도 “절판”이라는 암울한 딱지를 띄어내고, 외국 팝 명반의 좋은 예처럼 음악사 적인 자료로써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듣는 음악의 부활, 이제 다시 시작되다 -
리메이크 곡들이 많은 인기를 얻다 보니, 신곡을 만들어 내는 가요제작자들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자주 기사를 접하게 된다. 아이돌 음악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시장이 갑자기 팽창되지 않는 이상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히트곡이 양산된다면 기존 가수들의 입지가 위축되고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 ‘대중들이 왜 과거의 노래와 과거의 음반과 과거의 가수들에 열광할 수 밖에 없나?’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지난 몇 년간 가요계를 지배했던 후크 송은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쉽게 실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일렉트로닉계열의 댄스 장르와 화려한 군무가 어우러진 ‘보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시장에 너무 많다 보니 그들을 접하는 것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다가 섰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로 우선 승부하는 신선한 가수 지망생들, 4~50년 경력의 베테랑 음악인들이 던진 아날로그 음악의 새삼스러운 충격, 비주류가 되어버린 노래 잘하는 가수 들의 최고의 열창 무대. 그들은 분명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듣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일깨줘 주었기 때문에 대중들이 새삼스럽게 음원과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우리 대중 음악계에 나쁘지 만은 않은 기류가 생기어 균형 감각이 서서히 잡혀가는 듯 하다. ‘음악은 보는 것이다’란 편식에서 벗어나 서서히 ‘음악은 또한 듣는 것이다’란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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