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성적의 씨앗이다. 좋은 씨앗은 풍성한 수확을 기약케 한다. 그렇다고 100% 대풍을 장담할 수는 없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엔 많은 풍파가 불어닥친다. 이런 시련을 견디려면 만반의 태세가 필요하다. 그러긴 위해선 훈련과 실전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안도가 보여 준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안도는 우리 나이 스물다섯 살이다. 피겨 선수로는 황금기를 지난 나이다. “퇴락했다”는 일각의 안목을 비웃듯 안도는 2010~2011시즌 최고의 결실을 올렸다. 자신의 역대 최고 점수(201.34점․4대륙 선수권대회․2월 대만)도 이번 시즌에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다시 밟았다. 4년 만이다. 끊임없는 대회 출전으로 실전 감각을 다듬은 ‘당연한’ 개화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서 편하게 연기했다. “나만의 연기와 나만의 캐릭터를 팬들에게 보이고 싶었다”는 복귀의 변에 어울리게 여유 있게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갈라쇼가 아닌, 승패를 가르는 실전장이었다. 강심장의 김연아도 오랜만에 맞은 승부의 세계서 천연한 연기를 펼칠 수는 없었으리라.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장군 조괄은 병법에 통달했다. 아버지인 명장 조사조차도 병법을 논하면 달릴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 병법은 어디까지나 책상에서 닦은 ‘죽은’ 도략((韜略)이었다. 실전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교주고슬(膠柱鼓瑟)의 헛된 방책에 조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던가. 40만 대군이 생매장당한 장평대전(長平大戰)의 한을 지니고 조괄은 스러졌다.

김연아는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런 심리상태를 내비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진다. 다음 시즌에도 풀로 소화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현역으로 활동하나 2011~2012 전 시즌을 소화하지는 않을 뜻을 완곡하게 나타냈다.
실전은 훈련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 시즌을 소화함에 있어 한두 대회를 거를 수는 있다. 호흡 고르기 차원에서다. 그렇지만 반대로 한두 대회만 치르고 한 시즌을 소화하려는 생각은 득보다는 실을 부를 여지가 많다.
적어도 현역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시즌을 충실히 소화하려는 ‘착실한 목표’가 필요하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화려한 결실을 기대한다는 건 과욕이다. 감동의 눈물이 아닌, 회한의 눈물을 다시 보일 수는 없다.
전 일간스포츠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