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섭의 스포츠 손자병법]부산, 멀리 내다봐야 한다(하)…호기에 위기를 생각한다
OSEN 최규섭 기자
발행 2011.05.25 09: 19

11대1, 아니 1대11 이랄까. 지난 2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프로축구 정규리그 수원-부산전은 경기 외적으로도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선수 몸값이다. 수원의 공격 첨병 마르셀(브라질)은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귀하신 몸이다. 이에 맞선 부산의 스타팅 멤버 11명의 몸값을 다 합쳐도 마르셀에 미치지 못한다. 몸값만으로 본다면 거인(수원)과 소인(부산)의 대결이다. 이 요소를 승부에 도입한다면 일찌감치 승패가 가려진 싱거운 한 판일지 모른다.

 
그런데 승부의 신은 장난기가 심한가 보다. 부산의 손을 들어 줬다. 명가의 자존심을 짓밟고서 말이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기고서 뒤에 전투를 구한다(勝兵 先勝而後求戰)”(孫子兵法 第四 軍形篇).
 
그러나 승자 부산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잘나갈 때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원활한 군수품의 보급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한 요인임을 그대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 미리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결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곧 K리그에서 풍성한 수확과 결실을 올리려면 충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K리그는 이제 막 중반에 들어섰다(정규리그 기준). 이제 초반 탐색전이 끝났을 뿐이다. 아직 기뻐할 때도 슬퍼할 때도 아니다. 팀당 30경기씩(정규시즌 기준)의 대장정 아닌가. 그만큼 뒷심이 있어야 한다. 46일 동안 패배를 거부했던 부산의 바람이 계속될지 지켜봐야 하는 까닭이다. 태풍으로 더욱 강력한 위력을 나타낼지, 일과성 돌풍으로 끝날지 섣불리 내다보기 힘들다.
 
부산의 앞날엔 객관적으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부산의 올 예산은 약 7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300억 원 가깝게 투자하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¼ 수준이다. 시민구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만한 투자에서 원활한 군수품 보급이 이뤄질 리 없다.
 
부산은 패권을 기약하지 않을까? 만일 기대한다면 무리한 생각이다. 군수품을 지원받지 못한 군대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건 발상부터가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병술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안익수 감독의 선수비 후공격의 실리축구도 이제 어느 정도 노출된 형세다. 그 전투에 이긴 방략은 다시 쓰지 않아야 한다(其戰勝不復·孫子兵法 第六 虛實篇). 46일간 K리그를 휩쓴 ‘부산풍’의 원인은 밝혀졌다고 봐야 한다. 적군의 형세에 따라 무궁무진한 작전을 펴 나가야 할(而應形於無窮·孫子兵法 第六 虛實篇) 변화의 시점이다.
 
변화의 바탕은 자원이다. 부산은 초반 전투는 잘 치렀다. 지금부터가 고비다. 그런데 박차고 나가야 할 힘을 갖췄다고 보기엔 어딘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변변한 용병조차도 없다. 5월 5경기(FA컵 제외) 가운데 2경기(5일 강원, 11일 전남)에서만 용병 수비수(이안·호주)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후방의 지원을 잘 받지 못하는 전방의 군대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고 승리를 약속할 수 있을지….
 
부산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수원전에 나선 선발 10명(필드플레이어) 가운데 6명(60%)-김응진(24) 박태민(25) 박종우(22) 한지호(23) 한상운(25) 임상협(23)-이 25세 이하다. 후반 27분 교체돼 들어가 결승골을 터뜨린 양동현(25)이나 최진호(22·후반 40분도)도 마찬가지다.
 
젊은 피는 안 감독이 추구하는 실리축구의 근간이다. 이들 젊은 피는 빠르기가 바람 같은(其疾如風) 역습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렇지만 이 기동력이 언제까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는 힘들다. 한두 전투에서는 폭풍의 위력을 나타낼지라도 모든 전투에서 똑같은 힘을 보이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오히려 피로도가 쌓이면 자그마한 저항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게 손쉽다.
 
이때 무엇이 필요한가. 두 말할 나위 없이 지원군이다. 곧 대체요원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충실한 지원군을 갖추고 있는가? 이 물음에 안 감독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가 잘나가는 요즘에도 선뜻 밝은 웃음을 짓지 못하고 고심에 젖은 모습을 보이는 까닭이다.
해답은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행동에 옮길 때다. 부산은 하루바삐 전력 충원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전쟁에 뛰어듦은 이기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은가. 마지막 한 점을 찍으려면(畵龍點睛) 미리 태세를 갖춰야 한다.
 “옛날에 이른바 전쟁을 잘한 자는 이기기 쉬운 데서 이긴 자(古之所謂善戰者 勝於易勝者也)”(孫子兵法 第四 軍形篇)라고 했다. 신산(神算) 같은 용병의 묘로 거두는 승리는 화려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성공의 가능성도 적다. 이길 태세를 갖추고 쉽게 올리는 개가야말로 진정한 승리다.
 
부산은 지금 군수품 마련에 힘써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를 아껴서는 되지 않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달리 나왔겠는가.
전 일간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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