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요 명반의 부활, 소규모 레이블의 열정에서 시작되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8.07 07: 26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발표되어 동시대를 풍미했던 가요 명반들이 복원되거나 약간 변형된 형태로 발매되어 음악 팬들뿐만 아니라 음악산업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희소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는 수 차례 칼럼에서 우리나라 대중 음악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수많은 명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절판이 되는 등 분서갱유처럼 같은 우리의 암담한 현실에 비판과 안타까움을 토로해왔다.
물론, 필자가 생각할 정도로 다수의 명반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껏 펼쳐지는 상황은 고무적인 듯 하다. 특히, “세시봉 신드롬”을 통해 옛 가요에 대한 수요가 세대를 초월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세시봉 관련 앨범과 송창식•윤형주•김세환•조영남•이장희•양희은 등 개인 음반들 또한 새삼스러운 조명을 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되어가고 있다. 세시봉의 긍정적인 영향과 그 파급 효과는 옛 가요와 뮤지션에 대한 음반 기획자와 음악 팬 모두에게 폭넓은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급기야 오랜 세월 ‘동면의 시간’에서 깨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1년 활기를 띠게 된 ‘가요 명반의 부활’을 잘 알려진 메이저 회사가 아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중소 레이블이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몇 개 레이블은 이미 6~8년 전 잊혀졌던 가요 명작들을 LP로 복원하거나 CD로 재탄생 시키면서 반짝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한 수준이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기업이고 이윤이 있어야 생존을 할 수 있기에 더욱이 소규모의 음반회사라면 계속적으로 앨범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수가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는 중에도 한국 대중 음악사의 묻혀지고 잊혀져 가던 ‘우리의 자료’를 복원하고 지켜나가며 “최고의 A&R(Artist & Repertoire)”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그들을 만나려고 한다.

- 이문세•김광석•신촌블루스•봄여름가을겨울 앨범의 새로운 부활 -
“올 댓 마스터피스(All That Masterpiece)”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레이블 “아름다운 동행”은 ‘8•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매혹적인 마스터피스’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주요 앨범을 2장씩 묶어서 발매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골드 CD 한정반’은 음악 마니아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우선 김광석(1•2집)•동물원(1•2집)•신촌블루스(1•2집)•조하문(1•2집)•전인권(“추억 들국화-머리에 꽃을”•솔로1집)•최성원(1•2집)이 5월부터 대중과 조우할 수 있었다.
‘가요계 황금기’로 불리는 90년대와 황금기의 도래에 토대가 된 80년대 중 후반 가요계에서 위에 언급한 아티스트(그룹)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리지널 음원을 더욱 더 완벽한 것으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7월에 선보인 앨범들 역시 가요 팬이라면 한번쯤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발라드의 황제’ 이문세의 4집(“사랑이 지나가면”)과 5집(“광화문 연가”) 80년대 후반에 발표되어 지금은 발라드 음악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으로 남아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과 2집(“어떤이의 꿈”) 또한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음반이다.
무엇보다도 시리즈 발표 작 중 일반 대중들에게는 가장 생소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는 밴드 11월의 1•2집 발매 소식은 필자에게는 흥분되는 뉴스거리였다. 가장 널리 알려진 ‘머물고 싶은 순간’은 “한국의 Toto”를 연상시키는 세련미와 완성도가 돋보이던 노래로 다시 이 곡을 만나게 된 기쁨이 잠시 동안 예전 추억마저 떠올리게 했다.
- 배호•김민기•한대수•양병집의 명반 Re-Issue, 귀중한 음악 자료의 환생 -
인기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가 600장 한정 LP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앨범을 제작한 레이블 “리듬온”은 2003년부터 음악사적 가치가 높은 주요 가요 앨범들을 LP및 CD로 복원(복각)하면서 상당히 주목을 받아왔다. 신중현•HE6•마그마•무당 등 전설적인 가요 뮤지션들의 LP복원 작업은 찬사를 받아서 마땅하다. 특히, 7월말 이레이블을 통해 중요한 음반들이 재발매(Re-issue)되었는데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설 김민기와 한대수가 함께했던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 앨범은 LP와 LP 형태를 축소한 CD로 동시 발매되어 40주년간 감춰졌던 생명력을 마침내 드러내었다.
또 한 명의 포크 음악의 증인 양병집의 걸작 “넋두리”, 현경과 영애의 “그리워라”,영화 “고고 80’s”의 실제 주인공이자 고고 사운드와 소울 음악의 원류로 가요 사에 남아있는 데블스(Devils)의 1•2집 앨범이 CD로 재발매 되었다. ‘돌아가는 삼각지’와 ‘안개 낀 장충단 공원’등 불멸의 가요를 남긴 배호의 앨범 “밤 안개 속의 사랑”이 5년 만에 다시 LP로 출시되며 ‘배호 마니아’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얻고 있다.
- 연속성과 영구성을 기반으로 한 “가요 명반 아카이브” 구축되길 - 
배호의 외삼촌이었던 작곡가 김광빈의 작곡 집을 비롯 김인순•김혁•장계현•벗님들•산이슬•장끼들 최근 1~2개월 사이 잊혀져 갔던 한국 대중 음악인들의 대표작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형 음반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의 피땀 어린 채집과 열정에서 재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분명 우려할 점들은 존재한다. “올 댓 마스터피스”의 경우 발매한 원작과 동떨어진 창작된 이미지를 사용,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실망스러운 요소로 다가설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각오의 작업 끝에 몇 년 새 복원되었던 음반들 조차 판매 부진을 이유로 절판을 하거나 품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이런 부류의 음반을 가장 많이 발매해 온 뮤직 리서치 – 이장희•윤형주•정태춘•박은옥•해바라기•김정호•여진등- 레이블의 상당수 앨범 역시 절판상태다. 판매량이 예상치 못해서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는 중소 음반 기획사가 그들의 이윤 창출을 떠나 우리 가요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그들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사명감 마저 현실 앞에서는 사치스러운 일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대중음악 역사의 중요한 자료들을 발굴해 내는 회사들에 대한 정부 관련 단체의 일정 부분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자료가 다시 소멸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아카이브(Archive)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작은 레이블뿐만 아니라 대형 음반사에서도 음악업계를 이끌어간다는 리더십을 갖고 ‘대중음악 역사의 가치 있는 자료’를 복원하고 지켜나가는 첨병 역할을 하는데 앞장서 나가기를 바란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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