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빛’ 노도철, 작가주의 스타 감독에서 웰메이드 흥행사로의 확장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8.16 08: 4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MBC 주말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하 반반빛)’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반반빛’은 MBC라는 방송사에게 있어 열세를 면치 못한 주말 드라마 분야에서 20% 이상의 고공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자를 장악한 ‘대반격’의 의미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 보면 한 스타 감독의 확장된 연출 세계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듯하다.
‘반반빛’은 노도철 PD가 연출한 드라마다. 원래 예능 PD로 ‘두근두근 체인지’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라는, 기발하고 남다른, 그러면서도 섬세한 감성의 결이 배인 시트콤을 연출한 이후 드라마 PD로 옮겨 와 ‘종합병원2’에 이어 이번에 ‘반반빛’을 만들었다.

노 PD는 이미 ‘안녕 프란체스카’와 ‘소울메이트’를 통해 스타 감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수많은 마니아 팬을 만들어내며 작가주의 스타 감독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좀더 전문적으로 드라마를 연출해보기 위해 드라마국으로 소속을 옮긴 후 첫 연출작이었던 ‘종합병원2’로 10% 중, 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착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그만의 아우라를 찾기 쉽지 않아 일반적인 드라마 PD로 머무는 것 아닌가 하는 마니아 팬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반반빛’을 통해 노 PD는 ‘종합병원2’에서는 숨겨뒀던 자신의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반반빛’은 익숙한 가족 드라마의 외피를 두르고 있고 부자/서민 가정의 대비와 연결, 신분 상승, 해피엔딩 등 전형적인 드라마 작법이 전면에 배치됐음에도 이면에는 색다른 장치들을 배치, ‘노도철 표’라는 인장을 조심스레 찍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됐다.
한정원을 통해 보여준 ‘역신데렐라’ 설정(혹은 ‘왕자와 거지’ 모티브의 차용), ‘부자=악/서민=선’이라는 공식을 뒤틀고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캐릭터 및 인간 관계를 통해 기존의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여줬다. 여기다 이미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담금질된, 해체돼 가는 현대 가족 관계에 관한 예리한 통찰력도 ‘반반빛’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
물론 드라마 후반부 황금란의 악행에 대한 집착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노 PD만의 강점은 드라마에 차별성과 리얼리티를 동시에 높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고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결국 ‘반반빛’은 노 PD가 자신만의 색깔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는 실험이었으며 일정 부분 성공적인 결과물이 도출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수 마니아의 지지를 받는 작가주의적인 연출 성향을 보이다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드라마 감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거짓말’-‘풀하우스’의 표민수, ‘한성별곡’-‘추노’의 곽정환 감독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들도 작가주의와 웰메이드 흥행작 사이의 편차가 노 PD보다는 훨씬 적다. 노 PD는 예능 PD라는 점 때문에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를 통해 더욱 자유로운 시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작가주의에서 웰메이드 흥행작으로의 폭넓은 확장을 이뤄낸 노 PD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궁금해진다. ‘반반빛’의 성공으로 다양한 선택이 좀더 쉬워졌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그러면서도 감독만의 고유한 색깔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작가주의 웰메이드 흥행작을 선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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