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음반사,생존을 위한 컨텐츠 다양화에 나서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8.27 08: 06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8월 27일 팝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엄청난 기록이 세워졌다. 여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가 ‘Last Friday Night(T.G.I.F)’란 곡으로 빌보드 HOT 100 차트 정상을 차지 한 앨범에서 무려 5곡의 No. 1 히트곡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이룬 것이다.
 
 이 기록은 여성 아티스트로는 최초의 기록이자 1987~8년 ‘팝의 황제’ 故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Bad” 앨범에서 5곡의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위곡을 양산해 낸 후 23년 만에 거둔 대단한 성과다. 전세계가 케이티 페리가 이룬 역사적인 기록에 흥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언론과 음악 팬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케이티 페리 뿐만 아니라 2011년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영국 여가수 아델(Adele)에 대한 국내 음악 팬들의 관심도 역시 현저히 낮은 편이다.

하루가 멀다 하게 넘쳐나는 가요 컨텐츠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대중들의 외국 음악에 대한 수요는 점점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해외의 경우 여름엔 아티스트들이 주로 공연을 위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음반업계는 비수기를 맞이한다. 다국적 음반사의 경우 팝(클래식) 아티스트의 신보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보 발매 조차 거의 없었던 올해 여름 나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CD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되어 버린 대한민국의 음악 시장 환경을 스폰지처럼 빨리 흡수하지 못한다면 쉽게 도태되거나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해외 음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 발매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매출 감소 극복과 불황 타계란 명제를 3대 다국적음반사 (소니뮤직•워너뮤직•유니버셜뮤직) 모두에게 안겨다 주었다.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 앞에서 이들 다국적 음반사들은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확실한 컨셉으로 쉽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국내 음반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음악 장르에 뛰어 들어 상당한 성과를 얻는 과정에 있으며,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전문 매니지먼트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K-POP 아티스트 컨텐츠의 세계 시장 배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외국 레퍼토리를 한국에 보급하는 데에서 벗어나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려는 다국적 음반사들의 영역 확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1. K-POP 및 오디션 스타와 손잡다 -
지난 주 토요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코리아 갓 탤런트(Korea’s Got Talent)” 본선에 오른 40명은 경우에 따라 소니뮤직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통해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고 한다. 수잔 보일(Susan Boyle)•폴 포츠(Paul Potts)•코니 탤벗(Connie Talbot)와 같은 영국의 “갓 탤런트” 출신 슈퍼스타를 만날 수 있었던 우리는 준우승자로 대회를 마무리 한 최성봉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가 예선과 결승에서 불렀던 ‘Nella Fantasia’와 준결승에서 노래했던 ‘Cinema Paradiso’를 비롯 다른 결선 참가자들이 연주 노래한 7곡을 포함 총 9곡이 담긴 공식 앨범이 8월 23일 발매 되었다. 이미 “슈퍼스타 K2” 출신 김보경을 전속 가수로 계약해서 나름 괜찮은 성과를 얻었던 소니 뮤직이 전세계가 주목하는 최성봉은 물론이고 다른 결선 참가자 중에서 빼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재목이 될 유망주를 선발한 이후 그(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전문 매니지먼트 분야 사업 진출에 대한 성패도 함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셜뮤직은 ‘제4의 메이저 기획사’로 일컬어지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을 국내에서 유통하며 해외 특히 일본 및 동남아 시장에 배급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비스트•포미닛•지나 등 일본 시장에서도 인기가 검증된 K-POP 아이돌 스타들의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과 중남미 등 다른 대륙에서도 다국적 음반사로서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더욱 좋은 성과를 올리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해외 보급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기획사들은 다국적 음반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K-POP 아티스트와 앨범이 세계 시장에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 2. 인기 스타 내세운 기획 앨범의 차별화로 업그레이드화  -
다국적 음반사들이 주요 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연예인(가수•배우•개그맨•DJ)•스포츠스타•문학가등과 계약을 맺고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들은 일정한 판매 실적을 거둘 수 있는 효자 상품이 되어왔다. 수준 미달 작품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음반사 입장에서는 공인된 스타(프로그램)와 연관된 앨범을 발매할 수 있다면 올 여름처럼 ‘지독한 가뭄’이 엄습한 시기에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8월 중순 이들 음반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스타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을 선보이고 있는데, 앨범 구매층과 그들이 선호하는 음악 장르를 철저히 설정, 과거의 애매모호하고 어설픈 기획과는 확연히 진화된 기획 편집 앨범으로 탄생한 것 같다.  
우선, 클래식 모음집 “The Queen On Ice”는 피겨 퀸 김연아의 올 시즌 프리 프로그램 음악 ‘오마쥬 투 코리아(Homage To Korea)’를 비롯 경기에 사용되었던 클래식 곡과 그녀가 추천하는 클래식 곡을 선곡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음반이 발매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모델 장윤주가 DJ로 맹활약중인 MBC-FM “오늘 아침 장윤주입니다” 음반은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와 호프(Hope)•브루노 마스(Bruno Mars)•노라 존스(Norah Jones)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스타들의 어쿠스틱 곡을 주로 선곡하여 2~30대 나이 음악 팬들의 호응을 음반사에서는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KBS-FM “임백천의 라디오 7080 영화음악”은 4~50대 중 장년층이 좋아할만한 42곡의 7~80년대 영화 음악을 선곡 올디스에 대한 추억과 향수가 음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듯 하다.
- 3. 비주류인 인디 음악계 공략하기  -
소니뮤직은 국내 인디 음악 발굴을 시도하며 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우선, 정민아가 손꼽히는데 가야금을 연주하는 국악인이자 홍대 클럽 가에서도 활동 중인 인디 뮤지션이다. 3장의 정규 음반 모두 상당한 판매량을 거두며 각종 페스티벌과 축제 무대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8월 18일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란 정민아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 중이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1인조 밴드 검정치마의 2집 앨범 “Don’t You Worry Baby(I’m Only Swimming)”과 2인조 혼성 듀오로 결성된 지 10년 만에 첫 번째 정규 앨범 “Show Me Love”를 선보인 라이너스의 담요는 7~8월 앨범 발매 부재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소니뮤직에 단비와 같은 존재로 등극하였다고 한다. 국내 주요 메이저 음반사와 기획사들이 인디 음악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거의 중소 혹은 독립 레이블을 통해 인디 음반들이 홍보 발매 유통되어 왔는데, 다국적음반사 실력과 인기를 두루 갖춘 인디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영역으로 구축하고 계속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다면 향후 인디 음악 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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