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투수, 최동원의 별세 소식에 누구보다 애통해한 이는 강병철(64)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었다.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나 홀로 4승을 따내며 ‘가을의 전설’을 써낼 당시 바로 강병철 전 감독이 롯데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강병철 전 감독은 “최동원은 한참 선수생활을 할 때는 그야말로 특별한 선수였다. 보통 선수들보다 한 수 위였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카리스마가 넘쳤다”면서 “최동원과 함께 팀에 있을 때 ‘더 뛰어라, 더 열심히 해라, 더 던져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기억이 없다. 운동 하나 만큼은 다른 선수들이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한마디로 ‘최고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강 전 감독은 “1984년 한국시리즈는 (전력상) 삼성에 2승을 거두고 서울로 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6차전까지 가서 3승3패가 됐다. 최종 7차전에 최동원이 선발로 나설 수 있으리라곤 아무도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최동원이 정말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면서 “선발로 던질 투수만 있었다면 5, 6회를 넘긴 다음 최동원이 1, 2회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게 심정이었다. (연투하다보니) 7차전에는 구위도 그리 안 좋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고맙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역사를 썼다. 요즘 투수들 같으면 누가 그렇게 던질 수 있겠는가”고 되돌아봤다.

선발로 내정된 날이면 경기 전에 언제나 한결같이 80~100개의 공을 던져 몸을 충분히 푼 다음 등판하는 것이 최동원의 몸에 배어 있었다. 강 전 감독이 기억하는 최동원은 그랬다.
강 전 감독은 “최동원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등판 전에 80~100개를 던지는 것이 습관화 돼 있었다. 훈련 때 유연체조를 하거나 뛰고 던지는 것은 다른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했다. 남들이 10번 뛰면 최동원은 서른 번을 뛰는 식이었다.”며 “삼성이나 해태, MBC 같은 (강한) 팀을 만나면 최동원은 ‘파이터”가 돼서 다리를 더 번쩍 치켜들고 던졌다. 그러나 관중이 적을 때면 (맥이 풀린 탓인지)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타 기질을 지닌, '최고 스타’라는 게 그의 평가였다.
강 점 감독은 “야구인으로서 볼 때 최동원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지난 7월22일 TV 화면으로 (최동원을) 잠깐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하더니만…”이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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