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아리송한 기록, 박경수의 홈스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9.19 11: 33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단독 홈스틸 기록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선수는 모두 32명. 단독 홈스틸 기록이 작성된 것은 총 34차례이지만, 해태의 ’대도’ 김일권(1982,1985년)과 롯데의 한문연(1988,1990년)이 각각 두 차례씩 기록을 세워 이름이 중복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숫자이다.
그런데 지난 9월 4일 LG의 박경수는 공식기록지상 단독 홈스틸을 기록하고도 공식적인 단독 홈스틸로 인정받지 못해 기록 달성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데 실패하는 특별한(?) 기록적 경험을 겪어야 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LG가 롯데에 2-1로 앞서던 7회말 2사, 주자는 1, 3루. 3루주자로 루상에 나가 있던 LG 박경수가 2루로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오지환)를 잡기 위한 포수 강민호(롯데)의 2루쪽 송구를 틈타 홈으로 달려들어 득점에 성공한 상황. 그리고 1루주자도 2루에 무사히 안착.
글로 풀어놓은 상황을 읽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대체 어디냐고 반문할 수 있다.  1루주자와 3루주자가 모두 실책 없이 다음 루에서 세이프되었을 때 주어지는 더블 스틸 유형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LG의 1, 3루 주자에게 기록된 진루근거는 결과가 판이했다. 그 원인은 바로 더블 스틸 시도 당시의 볼 카운트 때문이었다.
타석에 들어서 있던 대타 이병규(LG, 24번)의 볼 카운트 1-3에서 장원준(롯데)의 5구째가 들어왔고, 마침 1루주자 오지환이 2루로 뛰자 투구를 잡은 강민호는 곧바로 2루로 송구. 하지만 장원준의 제5구는 볼로 판정되며 대타 이병규는 볼넷, 1루주자 오지환은 밀려가는 형태의 상황이 전개돼 버린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전개로 도루기록은 3루주자인 박경수만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다음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은 박경수의 도루기록을 단독 홈스틸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공식기록지상 도루가 기록된 것은 박경수 혼자이기 때문에 외관상 하자가 없는 박경수의 도루도 단독 홈스틸로 간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쪽도 있었고, 다른 주자에 대한 송구를 이용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단독 홈스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었다.
결론에 앞서 과거 한국프로야구 단독 홈스틸 리스트에 올랐던 3루주자들의 도루형태는 어떠했던가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말 그대로 단독 홈스틸이라고 하면 3루주자만의 도루를 한정해서 표현하는 말이다. 다른 루상에 주자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경우 순도 100%의 단독 홈스틸을 맛볼 수 있다. 1983년 MBC청룡의 3루주자 이광은이 6-7로 뒤진 대 삼성전(잠실) 연장 10회말, 2사 3루에서 타석에 있던 유성룡의 볼 카운트가 2-0로 몰리자 상대의 허를 찌르는 홈스틸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7-7 무승부로 돌려놓은 것이 대표적 단독 홈스틸 사례다. 당시 삼성의 투수는 김시진이었다.
물론 루상에 3루주자만 나가있을 때만이 단독 홈스틸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3루 외 다른 루에 주자가 함께 있더라도 그 주자와 상관없이 3루주자 혼자만이 도루를 성공시켰다면 단독 홈스틸로 공식인정을 하고 있다.
다른 주자에 대한 견제나 신경이 몰린 틈을 노려 3루주자가 홈을 파고 드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때로는 다른 주자와 아무 상관없이 순도 100%에 가까운 홈스틸을 성공시킨 경우도 여러 차례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루상의 주자 수만을 기준으로 단독 홈스틸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가르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루상의 다른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지 않고(리드하는 동작은 제외), 3루주자만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면 해당 주자의 도루를 포괄적 단독 홈스틸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이승엽(당시 삼성)은 주자 2, 3루 상황에서 3루에 서있다가 포수가 2루로 견제송구를 하자 그 사이 홈으로 뛰어들어 단독 홈스틸 기록을 얻어낸 바 있는데, 다른 주자에 대한 견제를 이용해 득점을 올렸더라도 다른 주자가 원래의 루로 돌아가는 사이 홈으로 들어온 것이기에 단독 홈스틸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박경수의 홈스틸은 다른 주자에 대한 견제를 이용해 홈으로 뛰어든 것은 맞지만, 다른 주자가 원래의 루로 돌아가지 않고 다음 루로 같이 진루한 형태(도루가 아닌 밀어내기)가 되었기에, 3루주자만의 단독 홈스틸로 인정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그림이었다.(다른 주자 견제를 이용한 3루주자의 홈스틸을 단독으로 인정하는 현실에서 그 다른 주자가 진루를 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또다시 단독 홈스틸 인정여부를 가름 지을 필요가 있는 지는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다)
박경수의 단독 홈스틸 기록 판별논의는 이쯤에서 접고, 일부에서 제기한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본 헤드 플레이로 볼 수는 없느냐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끝으로 이야기를 정돈하도록 하자.
볼 카운트 1-3에서 장원준이 투구한 5구째를 잡은 포수 강민호가 2루로 뛰는 오지환을 향해 공을 던진 것은 과연 정상적인 플레이였는지를 가리면 논란은 해결된다. 
5구째가 볼로 선언되어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자연스레 오지환 1루주자도 밀려가는 형태의 상황이 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얘기다. 아직 스트라이크와 볼 어느 쪽의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가 뛰는 걸 포수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플레이이다.
물론 3볼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존과 거리가 완전히 동떨어진 투구였다면 포수가 그 공을 잡아 밀려가는 주자에게 던진 것은 생각 없는 플레이로 간주,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허나 포수로서 확신하기 어려운 형태의 투구라면 생각 짧은 플레이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심판원의 판정이 내려지기 이전이라면 선수는 일단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다하고 봐야 하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었다면 타자와 2루로 뛰는 1루주자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는 플레이였다.
밀려가는 주자에게 쓸데없이(?) 공을 던진 강민호의 플레이를 본 헤드가 아닌 정상적인 플레이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박경수의 홈스틸 얘기로 돌아와 단독이냐 아니냐의 생각차이를 떠나 오로지 주자 3루 상황만의 순도 높은 단독 홈스틸과 다른 주자도 있는 경우에 기록된 단독 형태의 홈스틸을 이원화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박경수의 홈스틸도 별표가 붙건 아니건 순도 약한 쪽의 단독 홈스틸 리스트 등재가 가능할는지 모르는 일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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