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 방송국간 무시와 상생이 공존하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9.24 08: 56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지난 주 신인가수로 가요계 공식적인 데뷔 무대를 가진 슈퍼스타K2 출신의 허각의 인기가 가공할 만하다. 성시경•KARA•다비치 등 쟁쟁한 선배 가수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주요 음원 차트 실시간 및 일간 1위를 휩쓸더니, 이번 주 9월 22일 공개된 빌보드 K-POP차트 2위- 산정기간 9월 14~20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는 10월 1일 자로 발표됨-에 데뷔 곡 <Hello>를 랭크 시키며 전세계 음악 팬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온 차트에서도 다비치•카라•성시경에 노래들에 이어 <Hello>를 4위에(9.11~18일 산정기간) 올려 놓아 음원시장의 떠오르는 강자이자 ‘발라드의 신성’이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미 허각은 ‘언제나’•’나를 잊지 말아요’등 이전 발표곡으로 국내 모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 있기 때문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등 방송 홍보 없이도 폭넓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었다. 최근 7집 앨범 “AsuRa BalBalTa”로 음반 및 음원차트를 석권했던 힙합 두오 리쌍 역시 지상파 및 케이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전혀 출연하지 않은 바 있다. 첫 한국어 음반 “In Heaven”을 발표하는 JYJ 역시 30만장의 선 주문량을 기록하며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앨범 홍보와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4~7%에 머무르는 상황은 반대 급부로 예능 및 드라마 음악 초 강세 현상을 가져왔다. 또한, 국내 방송 패러다임의 가장 핵심적인 컨텐츠로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m-net의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케이블 TV는 물론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앞다투어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M-NET의 “슈퍼스타K3”, MBC-TV의 “위대한 탄생2”, KBS-TV의 “탑 밴드” 현재 방송 중이고, 12월엔 SBS의 “케이팝 스타”가 시작된다. 이미 많은 화제를 몰고 온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정식 가수로 데뷔해서 활동 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현재 보다 훨씬 더 많은 신인 가수들이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지게 될 것이다.
홍보 방법으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락세를 계속 나타나기에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신인 가수라면 한번쯤은 꼭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껏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어느 누구에게도 모든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그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는 방송사도 있고, 경쟁 관계 프로그램을 하던 방송국끼리 서로 공조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조금씩 보이는 경우도 생겼다. 반면 타방송사 프로그램 출신 뮤지션에게는 굳게 문을 닫고 있는 상황도 존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방송국간의 미묘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출연에 관대한 KBS, “탑 밴드”를 위한 포석? -
소속사를 통해 신인 가수로 첫걸음을 내디딘 허각은 데뷔 무대를 KBS-TV “뮤직뱅크”를 통해 가졌다. “열린 음악회”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라고 알려지고 있으며, “불후의 명곡”에 고정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더욱 각인되는 존재가 되고 있다. 허각 이외에도 서인국•장재인•김지수•김그림•김보경 등 “슈퍼스타K” 동료들도 KBS 주요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무대를 가져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그들이 모두 소속 기획사를 통해 정식 가수가 된 이후 출연이지만, 어쨌든 KBS 제작진이 케이블TV 출신 가수들에 대한 배타적인 면은 거의 보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KBS 제작진 입장에서도 현재 8강전을 치르고 있는 자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탑 밴드” 출신 록 그룹들이 M-NET과 같은 전문 음악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무대와 기회가 역시 아무런 제약 없이 주어지기를 바라는 장기적인 포석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 불편한 경쟁 관계 속 서로 도와야만 하는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
9월 초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들의 합동 공연을 M-NET과 MBC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다는 뉴스는 인터넷상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원조와 후발 주자,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국간의 대결 구도로 두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를 모은 주요 참가자들 역시 본의 아닌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M-NET의 “M 사운드플렉스”를 통해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이태권의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MBC-TV “아름다운 콘서트”를 통해 “슈퍼스타K2”의 장재인의 열창 무대를 방송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슈퍼스타K” 우승자 서인국 역시 이 프로그램의 출연을 예정하고 있어 두 방송국 제작진의 전향적인 면모를 감지하게 된다.
그러나, 신곡을 발표한 허각이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Hello>로 MBC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 출연하게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같은 기간에 “위대한 탄생2”를 위해 새 노래를 발표한 백청강 역시 M-NET의 “엠 카운트다운”에서 무대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MBC를 제외하고는 타 방송국을 통해 “위대한 탄생” 신인 가수들에 대한 출연 제약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M-NET과 경쟁 보다는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 모색을 해나가야 하는 게 MBC 관계자들의 현명한 선택인 듯 하다.
- 타 방송 오디션 출신 가수에 빗장을 걸어 잠글 태세의 SBS -
SBS는 작년 “슈퍼스타K2”가 방영된 이후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방송국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지난 해 M-NET이 마카오에서 개최했었던 “MAMA”시상식과 SBS “인기가요”가 마찰을 빚은 이후 급속히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SBS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할 수 있었던 서인국의 무대는 이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올해 “슈퍼스타K2”의 Top 13이었던 김보경의 무대가 “인기가요” 1회 출연이 유일한 것이었다.
SBS “인기가요”의 출연진을 정하는데 반영되는 ‘TAKE 7’ 투표 후보에 허각의 ‘Hello’는 후보로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홈 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허각의 출연과 허각의 노래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백청강을 출연 시켜달라는 극소수 의견도 보인다. 브라운아이드걸스와 메이비 등 컴백을 앞두고 있는 가수들의 노래들이 이미 후보 곡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들의 곡들에 대한 제작진들의 배제 의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12월 3대 메이저 기획사와 함께 준비중인 SBS의 야심 찬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 스타”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승부수가 드러나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 모든 오디션 출신 가수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날개를 주자! -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대로라면 80년대 이전에나 있을 법한 “전속가수제도”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에게 꼬리표처럼 불어 다닐 것 같다. 물론,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 섭외는 전적으로 제작진에게 있다. 다만,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근거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을 출연시켜야 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타사에서 배출되었다는 이유로 시청자와 음악 팬들의 요청을 무시한 채 볼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옳지 못하다.
현재 광고 매출과 PPL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컨텐츠로 급부상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국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되기 위해 꿈을 펼치려 하는 오디션 출신 가수들에게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면 안될까?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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