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글로벌 한류.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점차 피부로 와 닿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는 물론 동맹국인 미국을 넘어 거리감이 있던 유럽과 남미까지 정말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로 된 노래들을 따라 부르는, 믿기 힘든 모습들이 한국인들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점차 더 확산되는 추세다.
대중예술인들은 좀더 존중 받아야 한다. 기업의 제품들이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며 칭송을 받았지만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이 한국 제품임을 뚜렷이 밝히고 현지 시장 정복에 나서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류는 다르다. 가수가 굳이 국적을 알리지 않더라도 가사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은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한국 제품을 사면서 한국어를 익히는 외국인은 보지 못했지만 한국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을 아는 외국인을 만나 뿌듯했다면 한국 연예인들에게 고마워해야 될 상황이다.

가수 겸 배우 비가 다음 달 군입대를 앞두고 24, 25일 서울에서 콘서트를 펼친다. 입대 전 마지막 활동인 전국 투어의 최종 공연이다. 물론 10월 9일 강남 패션축제에서 거리 공연을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25일이 입대 전 공식 활동의 대미라 할 수 있다.
비의 입대는 한 연예인의 단순한 활동 중단이 아니다. 글로벌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의 개척자이자 여전한 선도자가 활동의 1막을 내리는 것이다. 24, 25일 비의 공연장에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의 팬은 물론 미국 EU 심지어 페루 팬클럽에서까지 준비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4개 대륙 수많은 국가에 팬이 있는 가수. 허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군입대로 고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리우드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 이 둘을 동시에 이뤄낸 연예인은 비뿐이다.
올해 들어 군입대 문제로 영화 촬영과 전국 투어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탓에 비의 활동 마무리와 입대가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돼가고 있는 글로벌 한류를 생각한다면 비의 지난 활동은 좀더 많은 조명과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제 많은 가수들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계획을 세워가고 있는 ‘월드 투어’ 도전에 처음 나선 것도 비였다. 비록 처음이라 본의 아닌 시행착오로 고통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비는 지금처럼 유투브도 제대로 정착되기 이전 드라마를 발판으로, 직접 세계 각지를 도는 월드 투어로, 헐리우드 영화 진출과 안착으로 글로벌 한류를 개척해냈다.
그간 비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개인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뛴 것이지 사명감을 갖고 글로벌 한류를 이끈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가 아니면 개척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다른 연예인이 있었을 지는 의문스럽다.
누구나 인정하는, 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초인적인 연습량과 활동량, 자기 관리 그리고 도전정신이 분명 글로벌 한류의 불씨를 만드는데 기폭제가 됐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런 비가 글로벌 한류의 영광과 결실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잠시 활동을 중단한다.
이제 비는 내무반 TV로 자신이 꿈꿨던, 제대로 된 월드 투어를 도는 후배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활동 동안 그래왔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2막 도전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글로벌 한류의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성공적인 복귀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이었던, 글로벌 한류 개척을 이뤄낸 비이니 말이다. 2년 후 세계 곳곳의 무대에서 비의 거친 숨소리를, 세계 각지의 스크린에서 비의 장난스런 표정과 ‘체지방 0%’의 조각 몸매를 다시 보는 순간을 기대해본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