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신세 희섭 '차베스 벤치마킹' 하라
OSEN 로스앤젤레스=린다 기자
발행 2004.09.23 12: 03

LA 다저스 이적 후 부진을 면치 못하며 벤치신세로 전락한 최희섭이 올 겨울 벤치마킹해야할 본보기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희섭의 가장 큰 문제는 유난히 좌투수에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올시즌 최희섭은 지난 22일 현재 타율 2할5푼2리에 15홈런 4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337타수 동안 62개의 볼넷을 얻었지만 무려 95개의 삼진을 당했다.
우완투수를 상대로 301타수 79안타(14홈런)로 0.262의 무난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최희섭은 좌투수가 나왔을 경우 36타수 6안타(1홈런)로 0.167의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정확하게 3번 중 한 번인 13개의 삼진을 좌투수에게 당했다.
전형적인 반쪽짜리 선수다.
최희섭으로선 좌투수 약점 극복여부가 앞날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중심타자인 에릭 차베스가 최희섭의 귀감이 될만한 선수로 여겨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차베스도 지난해까지 최희섭처럼 좌투수에 약점을 보였던 좌타자였으나 올 시즌은 좌투수에 강한 면을 보이며 강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전문 격주간지인 는 최신호에서 차베스가 좌투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강타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올해 26세로 메이저리그 경력 7년차인 차베스는 오른손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지난 6월과 7월 33경기나 결장했지만 현재 0.274, 29홈런, 73타점을 올리며 애슬레틱스가 후반기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를 질주하는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루수를 맡고 있는 차베스는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지만 타석에서는 전적으로 왼쪽에서만 타격을 한다.
좌투수를 상대로 0.311를 때리고 있는 차베스는 우투수를 상대할 때(0.250)보다 훨씬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홈런은 20-9로 우투수를 상대로 훨씬 많이 치고 있다.
차베스는 우투수를 상대할 때 단타보다는 중심타자답게 장타를 노리는 적극적인 타격을 하고 있는 반면에 좌투수에게는 짧게 끊어치는 교타를 펼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좌투수를 상대로 통산 타율이 0.221에 불과했던 반쪽짜리 타자였다.
무엇이 차베스를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선수로 탈바꿈시켰을까? 가장 큰 공로자는 데이브 허긴스 타격코치다.
왼손잡이인 허긴스 코치는 차베스에게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직접 공을 던져주며 기술적인 면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좌투수 공략법을 전수했다.
우선 기술적으로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단점을 고쳐라 *볼 카운트가 불리해 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노려라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느린 변화구에 대비해 한 템포를 죽여 타격하는 요령을 터득하라 등을 차베스에게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좌투수에 약한 징크스를 깨는 비법이라는 것이 허긴스 코치의 주장이다.
대부분의 좌투수는 좌타자를 상대해 빠른 볼로 정면승부 하기보다는 대부분 브레이킹 볼 등을 구사해 상대의 타이밍을 뺏으며 타격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리는 데 주력한다.
간혹 상대가 의표를 찔러 몸쪽에 빠른 직구를 구사해도 이에 당황하지 않고 언제든지 받아 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의 타격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 일단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나머지 육체적,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지난 시즌까지 좌투수를 맞아 '상대가 어떤 구질의 공을 던지겠지'라는 예측을 하고 타석에 나섰던 차베스가 올시즌부터는 '어떤 공을 던져도 받아 칠 준비가 돼 있다'라는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약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최희섭은 지난 4일 세인트루이스전을 마지막으로 14경기 연속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단 2차례 대타로 타석에 나선 것이 전부다.
이제는 반쪽 짜리 선수 신세도 넘어서 완전히 벤치 워머로 전락했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더 더욱 없다.
메이저리그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고 냉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남 부럽지 않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올시즌의 좌절과 차베스의 경우를 거울 삼아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스프링캠프 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그가 빅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희섭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대부분 좌타자들은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인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클 경우 일류 선수가 결코 도약할 수 없다.
최희섭이 좌투수에 약한 징크스를 깨고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진정한 슬러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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