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가대표 스타 출신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로마를 지휘하던 루디 펠러 감독(44)이 끝내 성적 부진으로 사임했다.
지난 7월 EURO 2004 조별리그서 탈락해 독일 대표팀 감독에서 사퇴한 지 두달만의 일이다. 한 감독이 두달만에 2개의 팀에서 연속으로 사임한 것은 아주 보기드문 상황이다.
펠러가 이끈 AS로마는 올시즌 세리에A에서 1무2패로 부진했다. 특히 9명이 싸운 볼로냐에 1대3으로 완패한 게 결정적인 사퇴 원인으로 작용했다.
펠러 감독은 현역 시절 독일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다.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86 멕시코 월드컵 준우승, 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스타 출신이다.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펠러 감독이지만 지도자로서는 실패한 케이스로 끝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심적인 부담감이 너무 컸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펠러는 지난 2000년 난파 직전의 독일 대표팀을 맡아 팀을 2002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대표팀의 전력이 변변치 않아 독일축구협회와 언론, 축구팬들은 "독일이 16강에 오르면 좋고 8강까지만 가면 대성공"이라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펠러 역시 부담 없이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결승 진출이라는 예상 외의 성적을 내면서 "독일 축구 부흥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EURO 2004에서는 졸전을 거듭하며 결국 조별리그에서 나가 떨어졌다.
펠러 감독은 즉시 독일 대표팀 감독에서 사퇴를 했지만 전 소속팀이던 AS로마로부터 '콜'이 오자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가 결국 쓸쓸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스타 출신으로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중압감이 펠러감독을 고독하게 만들었고 선수들과의 대화가 부족해 제대로 팀을 이끌 수 없었다.
이런 부담감은 팀을 맡은지 얼마 안된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과 마르코 반바스텐 네덜란드 감독에게도 적용된다. 64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였고,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가운데 가장 어려운 순간에 지휘봉을 잡은 탓에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한다는 중압감으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고 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독려하는 한편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도 잘 해야한다.
오는 13일 레바논과 2006 월드컵 출전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한판승부를 벌일 한국 대표팀의 조 본프레레 감독과 선수들도 가진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부담을 떨쳐버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