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잠실)을 앞둔 3루쪽 현대 덕아웃. 김재박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어느 팀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평소처럼 "어느 팀이 올라오든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그래도 삼성이 편하지 않겠냐"며 속내를 슬쩍 내비쳤다.
9월 30일 현재 삼성에 1승 차로 앞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재박 감독은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한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자신하고 있다.
잔여 4경기 중 3경기가 기아전이기 때문이다.
이미 4위를 확보하고 오는 7일부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를 벌일 게 유력한 기아는 페넌트레이스 3위와 4위가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잔여경기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기를 쓰고 추격하더라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3차례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쥔 김재박감독은 벌써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수순에 돌입해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삼성 기아 두산 세 팀을 모두 한국시리즈 가상 파트너로 삼아 대비책을 준비 중이다.
김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준PO에서 기아가 두산을 잡고 PO에서 삼성이 기아를 꺾어주는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두산은 올시즌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에이스 투수 박명환이 정규시즌에서 너무 무리한 탓에 포스트시즌에 제 몫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김감독의 판단이다.
준PO에서 두산보다 기아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다.
삼성과 기아가 격돌할 가능성이 큰 PO는 승패를 점치기 쉽지 않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도 김진우가 살아났고 신용운이 마무리로 합류하는데다 리오스가 버티고 있는 기아가 약간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김감독은 삼성이 기아를 잡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기아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기아의 팀 컬러를 가장 많이 걱정하고 있다.
기아는 바람을 타면 겉잡을 수 없다는 게 김감독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타선도 기아보다 약하고 불펜투수진이 약화된 삼성이 올라올 경우 V4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