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인 한시즌 최다 안타 기록(1920년 조지 시슬러의 257개)에 한개 차로 다가선 이치로. 동양인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 신기원을 열어가고 있는 그의 모든 것이 특별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망이엔 좀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치로의 방망이에 얽힌 2제.하나. 명예의 전당에 이치로 방망이가 두개? 이 페이스 대로라면 이치로는 은퇴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을까. 천하의 이치로라도 명예의 전당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목표가 아니다.
지난 120년간 메이저리그를 거쳐간 수십만명의 선수,코치,감독들 중 단 256명만이 입회 자격을 얻은 '좁디 좁은 문'이 야구 명예의 전당(Baseball Hall of Fame)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 여부에 상관없이 이치로가 시슬러의 기록을 깬다면 그가 신기록 작성에 사용한 방망이가 명예의 전당으로 갈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의 방망이는 이미 명예의 전당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기 직전인 지난 2000년 가을 명예의 전당 측은 이치로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 구단에 이치로가 사용했던 배트의 기증을 요청했다.
당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아니었지만 그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인미답의 7년 연속 타격왕(퍼시픽리그)의 위업을 이룬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 배트는 지금 미국 뉴욕주 북부의 작은 마을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고이 안치돼있다.
최고중의 최고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명예의 전당 위원회의 선견지명이었을까. 둘. 이치로의 방망이는 부러지지 않는다?2001년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란한 배트 컨트롤과 빠른 발,강한 어깨와 함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놀래킨 것은 그의 방망이였다.
다른 선수들은 한경기에도 서너자루씩 배트를 부러뜨리는데 이치로의 방망이는 좀처럼 부러지질 않았던 것이다.
시범경기가 지나고,개막 첫달이 지나고,5월이 됐는데도 이치로가 부러뜨린 방망이는 한손가락으로 셀 정도였다.
이쯤 되니 시애틀 동료 타자들이 "나도 그 방망이 하나 구할 수 있냐"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치로가 사용하는 배트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이나 지금이나 일제 미즈노다.
미즈노사는 일본 프로야구의 스타들과 메이저리거들에게까지 배트를 공급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상품은 이치로의 차지다.
그것도 45년간 야구 배트만 만들어온 명공(名工) 구보다 이소카즈씨의 손길을 거친 특상품이 이치로가 사용하는 방망이라고 한다.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으로 배트에 조예가 깊은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아름드리 나무 하나를 자르면 배트를 100개 이상 만들 수 있지만 그중에서 나무결이나 건조 상태 등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 반발력이 최적이 되는 최상품은 한두개에 불과하다.
그 최상품은 돈 주고도 살 수 없고 언제나 최고 스타 플레이어의 몫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치로가 250개가 넘는 안타를 터뜨린 가장 큰 힘은 물론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들어낸 신기에 가까운 배트 컨트롤이다.
좀처럼 방망이를 부러뜨리지 않는건 그만큼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힌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쳐낸 안타중 몇개쯤은 '보통 방망이'였으면 파울이나 범타가 됐을지도 모른다.
최상품 방망이가 몇개의 안타를 보태줬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승자 프리미엄'이다.
만약 이치로가 '보통 방망이'를 썼다면 시슬러의 기록에 다가설 수 있었을까.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이치로의 방망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