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과연 항명일까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4.10.01 23: 11

'코리안 특급'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난 등판(한국시간 9월 29일·애너하임 에인절스전)서 강판될때 벅 쇼월터 감독에게 직접 공을 건네주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에서 '항명'으로 규정지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찬호는 다음날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런 일 없다'고 항변했지만 공교롭게도 오는 4일로 예정됐던 시즌 최종전(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선발 등판이 미정상태로 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치 감독에게 항명한 죄값으로 박찬호의 시즌 최종전 등판이 불발될 것으로 몰아가고 있기도 하다.
텍사스 구단은 2일 오전까지도 4일 시애틀전 선발 투수를 미정으로 예고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심지어 댈러스 지역 신문에서조차 박찬호의 이날 행동에 대해 '항명'이었다고 말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박찬호가 애너하임전서 부진한 투구로 패전이 된 후 연이틀 무차별적 비난을 퍼붓었던 에서도 항명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박찬호가 애너하임 벤지 몰리나에게 위협구를 던졌다며 2일에도 꼬투리를 잡고 보도한 이 신문이 만약 쇼월터 감독에게 박찬호가 항명한 것이었다면 가만 있을리가 없다.
 더구나 박찬호는 평소 선발 로테이션 주기에 맞춰 등판 3일전인 1일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와 함께 알링턴 홈구장 불펜에서 사이드피칭을 가지며 다음 등판에 대비했다.
허샤이저 코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박찬호의 불펜 피칭을 옆에서 지켜보며 투구 폼 등에 대해 조언하는 등 계속 관찰했다.
 박찬호가 감독에게 항명한 것이었다면 과연 허샤이저 코치가 평소처럼 불펜 투구를 시켰을까. 허샤이저 코치가 박찬호와는 LA 다저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절친한 사이이지만 자신이 현재 모시고 있는 '보스'인 감독에게 대든 선수를 가르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텍사스 구단이 조용한 상태이므로 박찬호의 항명설은 일부에서 넘겨짚은 해프닝에 불과해 보인다.
설령 박찬호의 4일 선발 등판이 무산된다 해도 이것은 텍사스 코칭스태프가 다른 의도에서 행한 행위이지 항명에 따른 조치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애너하임전 패배 후 쇼월터 감독이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충분히 영리했다"고 한 말은 박찬호가 덕아웃에서 감독이 타임을 요청하고 나오자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온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박찬호는 쇼월터 감독이 공을 달라고 하자 공은 포수 제럴드 레어드가 갖고 있다고 가리키며 물러났다.
그것이 강판 직전 박찬호가 보여준 행동의 전부였다.
박찬호가 기분이 언짢아 감독에게 직접 공을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크게 문제삼을 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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