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투수코치, 정민태 '골머리'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02 09: 21

2000년 10월30일 현대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수원구장. 1루쪽 덕아웃 바로 옆에 있는 홈팀 현대감독실에는 일찍부터 기자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김재박 현대감독이 에이스 정민태 대신 김수경을 1차전 선발투수로 기용하게된 배경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 감독은 "정민태는 허리가 좋지 않아 이틀 전부터 캐치볼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민태가 허리에 담이 들어 훈련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구긴 정민태는 기분이 이만 저만 상한 게 아니었다.
당시 정민태를 달랬던 사람이 다름아닌 김시진 투수코치였다.
최동원과 함께 일세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김 코치는 정민태의 속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1차전이 열리기 사흘 전에 김수경이 1차전 선발로 등판한다는 사실을 통보한 후 김코치는 정민태를 다독거리며 기분을 풀어줬다.
김수경 정민태 듀오의 맹활약 덕분에 현대는 그 해 두산을 4승3패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4년이 지난 올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코치는 정민태 때문에 다시 고민에 빠져있다.
아직까지는 분명 현대의 에이스는 정민태라는 게 김코치의 생각이다.
3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때마다 정민태의 혁혁한 전과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과연 올 포스트시즌에서 "정민태를 어디에 쓸꼬"하고 생각하면할수록 머리만 아파진다.
지난 해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른데다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한 정민태지만 구위가 전과같지 않기 때문이다.
볼스피드는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볼끝이 밋밋해 뭇매를 맞기 일쑤다.
김 코치가 고민하는 대목도 이런 점 때문이다.
이름만 믿고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단기전에 내세웠다가 낭패를 볼 경우 한해 농사를 다 그르칠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일단 제 1선발로 기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김 코치의 판단이다.
현대가 3번의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정민태는 2차례(1998, 2003시즌)나 최대의 승부처인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민태를 1선발로 내기우기에는 너무 부담이 많다.
김 코치는 2000년 시즌과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많아 정민태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를 놓고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정민태의 반응도 관심사. 올 시즌 내내 제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민태는 코칭스태프의 생각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 실추된 자존심을 곧추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민태는 실제 "몸값(7억원)을 하려면 포스트시즌에서 잘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과연 김 코치가 정민태와의 기싸움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 포스트시즌을 감상할 수 있는 요소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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