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포스트시즌 승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근거들에 바탕해서 최선의 추측을 할 따름이다.
추측에 동원되는 가장 주요한 도구는 과거의 흔적들 곧 기록이다.
기록의 법칙에 따르자면 올 가을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상당히 낮다’ 보다는 ‘제로(0)에 가깝다’는게 더 옳을 것 같다.
그 첫번째 근거는 좌투수 부재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현재의 6개 지구-와일드카드 시스템으로 바뀐 지난 95년 이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에는 예외없이 뛰어난 왼손 선발 투수가 있었다.
창단 4년밖에 안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7차전까지 가는 대혈전 끝에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정규시즌 21승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좌완 랜디 존슨이 우완 커트 실링(22승)과 환상의 원투펀치를 이루며 양키스 격침의 선봉이 됐다.
지난해 챔프 플로리다 말린스엔 신인왕 돈트렐 윌리스(14승)가,2002년 우승팀 애너하임엔 정규시즌 팀내 최다승(18승)을 거둔 재러드 워시번이 있었다.
양키스가 4년간 3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96,98~2000년엔 잘 알려진 대로 앤디 페티트라는 걸출한 좌투수가 선발로테이션의 든든한 축 노릇을 해줬다.
양키스가 승승장구하던 그 4년간 페티트가 거둔 승수는 정규시즌 무려 70승,포스트시즌도 8승(월드시리즈 2승 포함)이나 됐다.
이밖에 포스트시즌이 현재 형태로 바뀐 첫 해인 95년 챔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선 톰 글래빈이 정규시즌 16승에 이어 월드시리즈 2차전과 최종 6차전에서 클리블랜드 타선을 상대로 선발승을 따내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97년 신생팀 깜짝 우승을 일궈낸 플로리다 말린스에도 알 라이터(11승)가 왼손 선발의 명맥을 지키고 있었다.
기록이 말해주듯 좌투수의 가치는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절대적이다.
왼손 타자와 스위치 타자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의 강타선을 5전 3선승 혹은 7전4 선승의 단기전에서 강한 왼손 투수 하나 없이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36승을 합작했던 왼손 듀오 페티트와 데이비드 웰스를 모두 떠나보내 올시즌 왼손 선발이 아예 한명도 없는 양키스가 디비전시리즈,챔피언십시리즈의 서바이벌게임을 통과해서 월드시리즈 정상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더구나 현재 양키스는 선발 뿐 아니라 불펜에도 쓸만한 왼손 투수가 전무한 상황이다.
‘불펜의 원투펀치’ 톰 고든-마리아노 리베라가 좌타자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지만,기록 혹은 경험칙은 월드시리즈 우승의 첫번째 열쇠로 ‘좌우의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양키스가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기 힘든 두번째 이유는 ‘머니(돈)의 법칙’이다.
돈이라면 언제나 메이저리그 1등인 양키스에게 돈이 웬 걸림돌이겠냐고 하겠지만 분명히 돈은 양키스가 우승으로 가는데 장애물이다.
메이저리그엔 1980년대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법칙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를 보유한 팀은 월드시리즈에 진출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단 한번도 깨지지 않았다.
또 하나는 ‘1985년 이후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한 선수의 연봉이 팀 전체 연봉의 13.4%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가지 법칙에 따르자면 양키스는 ‘위험선’에 걸려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매니 라미레스(2,250만달러).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200만달러로 2위에 올라있지만 10년간 총액 2억5,200만달러를 받는 로드리게스의 평균 연봉은 2,520만달러 사실상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이다.
로드리게스가 양키스 팀 연봉(1억8,419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로 경험칙이 제시하는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밑돌고 있다.
연봉에 관련된 위의 두가지 법칙들은 근거없는 미신이라고 치부하기 힘들다.
팀이 동원할 수 있는 재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특정한 선수에게 과다 투입할 경우 나머지 부분에서 전력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귀중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양키스라도 로드리게스 한명에게 지불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 때문에 다른 부분의 전력을 완벽하게 보완하지 못한 채 올시즌을 치르고 있다.
왼손 선발의 부재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7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4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세좋게 도전장을 내민 양키스지만 과거의 기록과 확률들은 불행히도 한결같이 그들의 편이 아니다.
물론 과거의 기록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양키스가 이 모든 불리함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다가올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또한번의 명승부,예상을 깬 역전극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