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의 기록이 불멸인 이유
OSEN 김정민 기자 < 기자
발행 2004.10.02 15: 23

스즈키 이치로가 달성한 한시즌 최다 안타는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배리 본즈가 2001년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은 깨질 수 있어도 아직도 진행 중인 이치로의 최다안타 신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치로의 최다안타 기록 경신 불가론’의 논거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살펴보자. 20위 내의 선수 중에 이른바 ‘현대 야구’의 기점으로 흔히 사용되는 2차 대전 후의 기록은 단 5개 뿐이다.
이치로가 데뷔하던 첫 해 기록한 242개가 10위에 올라있고 8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교타자 웨이드 보그스가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이던 1985년 기록한 240안타가 14위, 2000년 대린 어스태드(애너하임 에인절스)가 기록한 240개는 15위, 1977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로드 캐루와 1986년 양키스의 돈 매팅리가 기록한 239안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920년대와 1930년대 세워진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 50위 안에 든 현역타자는 이치로를 제외하고는 대린 어스태드가 유일하다.
타격기술과 배트 재질의 발전, 경기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은 모두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세워진 기록들 뿐이다.
이유는 현대 야구가 홈런을 때리는 장타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데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1번타자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 것도 흔한 일이다.
199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브래디 앤더슨은 1번타자로 출전하며 무려 50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홈런을 터트릴 수 있는 장타자가 선호 받으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컨택트 히터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최근 메이저리그의 추세다.
조지 시슬러가 257개의 안타를 때려낸 1920년은 메이저리그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해다.
양키스로 이적한 첫 해를 맞은 베이브 루스는 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54개의 홈런을 날리며 '홈런타자가 지배하는 새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루스의 등장 이후로 야구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안타를 많이 치고 도루를 많이 하는 타이 콥 같은 타자들이 인정을 받던 시대가 지나고 슬러거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장타의 중요성은 최근으로 올수록 커지고 있다.
물론 이치로 같이 특수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갖다 맞추는 타법을 가진 선수들은 팬들에게 인기를 얻지도 못하고 팀에서도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야구팬들이 흔히 쓰는 ‘똑딱이’라는 말에서도 현대야구가 교타자들을 얼마나 ‘냉대’하는 지를 알 수 있으며 메이저리그에도 “홈런타자는 스테이크를 먹고 교타자는 햄버거를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현대 야구 선수들은 너나 없이 역기를 들어 올리며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기 위한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메이저리그에 이치로처럼 수비수 틈으로 공을 보내고 타격시 1루 베이스를 한발짝이라도 빨리 밟기 위해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연습을 하는 타자는 없을 것이다.
조지 시즐러의 기록을 깨뜨린 타자가 일본에서 건너 온 이치로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이치로를 두고 ‘파워가 부족해서 힘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야구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힘과 장타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똑딱이 타법’이었던 것이다.
올 시즌 이치로의 259안타 중 222개가 단타이며 그중 60개가 내야안타다.
‘똑딱이 타법’과 ‘대충 굴리고 전력질주하는’ 이치로식 스타일이 조지 시슬러의 기록을 깬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올 시즌 달성한 이치로의 최다안타 신기록은 이치로가 아니면 깰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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