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 "감독사랑" 등에 업고 '방어율 TOP'
OSEN /스포츠취재팀< 기자
발행 2004.10.06 10: 00

감독이 챙기느냐 마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개인 성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정 선수를 밀어주거나, 고의로 경기 출장을 막아 타이틀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최근 김경문 두산 감독(46)은 특이한 방법으로 소속 선수들의 타이틀 획득에 일조했다.
시즌 막판 두산은 2위를 향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감독으로서는 1승이 아쉬운 판. 하지만 주축 투수중 한 명인 박명환(27)은 일찌감치 어깨 부상을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박명환이 부상이 회복돼 다시 던질 수 있다는 사인을 보냈다.
1승에 목말라 있던 김 감독으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 하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박명환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박명환의 모습을 팬들이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김경문 감독의 선수 타이틀 챙겨주기 때문이었다.
당초 김 감독은 박명환을 10월3일 SK전이나 4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 시킬 예정이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2위도 가능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고 다른 투수들을 땜질 투입했다.
박명환의 방어율 경쟁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당시 박명환은 방어율 2.50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경쟁자들이 모두 탈락한 상태여서 등판해서 추가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방어율왕을 굳혀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박명환은 지난 9월15일 이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당연히 실전 감각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팀의 순위 싸움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의 컨디션 점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마운드에 오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괜히 나와서 점수라도 내주면 어떡하나. 선수가 평생 한번 탈까 말까한 개인 타이틀인데 그 걸 방해할 수는 없다”며 박명환을 등판시키지 않았다.
대신 김 감독의 지시로 박명환은 건국대와의 2군 경기에 등판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결과적으로 박명환은 살 떨리는 부담감 없이 방어율왕을 앉아서 차지한 셈이 됐다.
박명환이 감독의 지시를 받고 실전에 나섰다면 팀동료 레스나 배영수(삼성)에게 앞지르기를 허용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박명환은 감독의 타이틀왕 밀어주기 덕분에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타이틀을 챙겼다.
그러나 무려 3주 이상 실전에 나서지 않은 채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약점도 안게 됐다.
만약 박명환이 실전 감각을 찾지못해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하다면? 그 책임은 김경문 감독의 몫일까, 아니면 박명환의 몫일까. 어쨌거나 그렇게 된다면 그의 방어율 타이틀에 흠집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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