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구단 대변인은 '떠벌이' 케빈 밀러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4.10.06 23: 33

게임이 끝나면 기자들이 그에게로 몰려든다. 그러면 그는 신이나서 그날의 상황, 그날의 영웅과 패자 등등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어댄다.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후에 벌어지는 풍경이다. 여기서 기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선수는 외야수 겸 1루수인 케빈 밀러(33). 밀러는 특히 경기에 이긴 날 신이나서 기자들에게 온갖 얘기들을 떠벌려댄다.
6일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9_3으로 완승을 거둔 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커트 실링은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그는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갖고 있는 우리의 종마"라며 칭찬을 늘어놨다.
말얘기는 지난해에 그가 처음으로 끌어내 재미를 톡톡히 봤던 기억이 있다. 밀러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텍사스 카우보이들이 신나게 소떼를 모는 것처럼 신나게 야구를 즐기자며 동료들을 독려해 각광을 받았다.
일명 '카우보이 업'이 그것으로 그는 머리를 빡빡으로 밀어제치며 선동을 했고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동안 동료선수들의 동참으로 보스턴 구단에는 '빡빡이'들이 늘어났다. 결국에는 30대의 젊은 단장인 테오 엡스타인까지 머리를 밀고 동참할 정도였다.
2002년 겨울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밀려난 뒤 돈욕심에 일본 야구단 주니치 드래곤즈와 먼저 계약(2년에600만달러)을 맺었다가 보스턴이 손을 내밀자 냉큼 달려와 이중 계약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꾸준한 활약으로 일약 보스턴의 중심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또 매니 라미레스 등 인터뷰를 꺼리는 기존 보스턴 멤버들과는 달리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내 기자들의 집중 인터뷰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겨울 말 실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보스턴 구단과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주포 매니 라미레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맞트레이드건을 한창 논의하고 있을 때 불쑥 '로드리게스를 데려와야한다'고 나서서 주장했다가 트레이드가 무산된 뒤 머쓱해졌다. 기존 유격수이던 노마 가르시어파러와 라미레스의 얼굴 보기가 민망해졌던 것이다.
아무튼 그는 수준급의 야구실력 외에도 뛰어난 말솜씨와 재치로 보스턴 구단을 대표하는 대변인(?) 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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