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심재학(32)은 별명이 '말코'다. 코가 커서 붙여진 별명이다. 큰 코만큼이나 오지랍도 넓다. 아마시절부터 야구를 잘해 두루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의 프로에서 생활을 순탄지 않았다.
큰 기대를 모으며 고려대를 졸업한 1995년 LG에 입단했다. 타자로 뛰었지만 신통치 않아 투수로 전향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본업으로 복귀했다. 타자로 되돌아선 후 그에게는 행운이 따라다닌다.
남들은 프로선수로 뛰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고사하고 마지막 가을축제 무대를 밟기조차 힘든데 그는 두 개의 챔피언 반지를 끼고 있다. 2000년 현대로 트레이드 되자 마자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주역 노릇을 해냈다. 이듬해 두산으로 옮겨 다시 챔피언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나이도 어지간히 차고 해서 두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했던 그는 의도하지 않은 일로 기아호에 올라타게 됐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12월11일 기아의 투수 박진철과 맞트레이드 됐다. 기분이 상한 그였지만 지금은 팀의 중심타선에 포진, 친정팀 두산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심재학이 두산전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선동렬 감독설이 나돌다 히든카드로 급부상,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과의 '악연' 때문이다. 평소 수더분하고 동료들과 절친하게 지내는 심재학은 김경문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김 감독은 두산감독으로 부임한후 팀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말을 잘 듣지 않던 심재학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LG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두산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두산에서 기아로 말을 갈아탔다. 심재학은 평소 자신이 김경문 감독한테 '팽 당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구원이 있는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을 상대로 심재학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