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2차전] 방망이를 뺏어라
OSEN 광주=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09 21: 48

'방망이를 뺏어라.' 기아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광주구장. 두산의 배팅훈련을 지켜보던 조계현 기아투수코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조 코치는 배팅케이지에서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던 두산의 한 선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는 다름아닌 안경현. 8일 잠실 1차전에서 투런과 스리런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기아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주인공이다.
안경현은 프리배팅에서도 전날보다 더욱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조 코치는 불쑥 “안되겠다.
내가 안경현의 방망이를 뺏어야겠다”는 말을 남기곤 두산 배팅케이지쪽으로 달려갔다.
조 코치는 지난 2000년 두산에서 안경현과 한솥밥을 먹은 처지. 조 코치는 슬쩍 배팅케이지 근처에서 안경현을 불렀다.
“야, 방망이 좀 보자.” 선배의 말에 별 의심없이 방망이를 건네주는 안경현. 조 코치는 방망이를 움켜쥐자마자 “고맙다”면서 곧바로 기아 덕아웃쪽으로 몸을 돌렸다.
순간 조 코치의 의도를 간파한 두산 코치가 있었다.
최훈재 타격코치였다.
안경현의 방망이를 탐내는 이유를 대번에 알아챈 최 코치는 “안됩니다.
안경현의 기를 뺏어가서는 안됩니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두산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지닌 안경현의 방망이를 뺏기면 두산 승리의 기운까지 함께 뺏기기 때문. 결국 조 코치의 '방망이 습격사건'은 무위에 그쳤다.
조 코치는 덕아웃에 돌아오면서 “거참, 저 방망이를 뺏어와야 되는데…”라며 입맛만 다셨다.
적의 기를 눌러야 내가 사는 가을잔치의 한 풍경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