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투수 최향남(33)과 SK 투수 김경태(29)는 올 시즌 드라마를 한편 만들었다. 감독 주연 제작 모두 그들의 손에서 빚어졌다.
둘은 지난해 각각 소속팀이던 LG와 두산에서 방출됐다. 부상까지 있었던 탓에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향남과 김경태는 운명에 당당하게 맞섰다. 훈련할 곳이 없어 한 겨울 한강 둔치에서 공을 던지는 설움을 겪어야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 각각 기아와 SK에 새둥지를 틀 수 있었다. 그냥 유니폼만 다시 입게 된 것이 아니다. 당당히 팀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작은 성공을 거뒀다. 최향남은 불가능해 보이던 재기가 가능했던 이유를 “기도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최향남과 김경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김경태는 집사를 맡고 있을 정도로 신앙 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 최향남은 “한국에선 도저히 훈련을 할 수 없어 코치 자격으로 기독교 재단인 사이버대 전지훈련을 따라갔을 땐 정말 매일같이 기도를 드렸다. 하늘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다. 특히 경태는 기도와 훈련 모두 정말 열심이었다”며 “가장 큰 소득은 감사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저 매 순간 순간에 감사한다. 그럴 리 없겠지만 다시 다쳐 선수생명이 끝나더라도 나는 감사할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서 호투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았다.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