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3루주자가 득점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12가지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홈런을 포함한 안타를 필두로 실책,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내야땅볼, 폭투, 보크, 패스트볼, 홈스틸, 밀어내기 볼넷 및 몸에 맞는 볼, 협격플레이 등이다.
그 가운데 가장 후련한 것은 물론 홈런일 테고 가장 허망한 일은 폭투로 점수를, 그것도 결승점을 내줄 때일 것이다.
폭투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맥빠지게 만드는 노릇도 없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연장 11회 초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루타로 출루, 3루를 훔친 다음 미네소타 트윈스 투수 카일 로시의 폭투로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이 폭투 하나로 인해 양키스는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중요한 경기의 중대한 대목에서 빚어지는 폭투야말로 '공공의 적'에 다름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 판에서도 폭투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경기가 많이 있었다.
2002년 11월 8일, 잠실에서 열렸던 삼성-LG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 날 잠실 구장 심판대기실에는 김인식 당시 두산 감독이 관전하고 있었다.
5회까지 양팀은 4-4로 팽팽히 맞섰다.
운명의 6회 말, 전병호가 2사 1,3루 상황에서 삼성의 5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3루주자는 발빠른 유지현이었다.
이 대목에서 김인식 감독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쟤, 폭투할거야". 아니나 다를까, 전병호가 주자를 잔뜩 신경 쓰다가 폭투를 범했고 유지현이 유유히 홈으로 들어와 결승점을 따냈다.
득점의 수순이 마치 양키스가 결승점을 올린 것과 흡사하다.
김인식 감독은 자신의 족집게(?) 예언에 대해 "전병호는 누상에 주자가 나가있을 때면 곧잘 폭투를 했다.
직구를 던지면 얻어맞으니까 변화구를 구사하려다가 '땅'으로 던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투수가 자꾸 타자에게 안맞으려고 피하려다가 폭투를 범하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삼성은 그 경기에서 고비 때마다 오상민과 배영수, 전병호가 잇달아 폭투를 범해 결국 LG에 한 경기를 내주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6차전으로 미뤄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범하는 폭투나 에러가 승부를 좌우하는 수가 많다.
13일부터 열리는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도 결국 실수를 줄이는 게 승리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폭투라는 작은 틈새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