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승청부사 김응룡(63) 감독을 영입한 삼성의 목표는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삼성은 1984년 전후기 통합챔피언에 올랐지만 반쪽짜리 챔피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결국 이듬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꿈을 이루기는 했지만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를 두고 두고 잊을 수 없다.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돈을 물쓰듯 하며 타팀과 외국에서 스타들을 영입한 삼성의 우승을 점쳤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으며 삼성의 대권을 향한 꿈은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뚝심의 '김인식호'에 밀려 2승4패로 또다시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사여부는 천명에 달려있는 것 같다"는 삼성의 한 프런트의 말처럼 삼성의 한국시리즈 악연은 질겼다.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병풍여파로 타격을 입은 삼성은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렸으나 현대에 막혀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두차례(1982년,2001년)나 삼성의 우승을 저지했던 두산과의 이번 플레이오프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흥행요소를 갖추고있다.
■ 홍성흔 vs 진갑용, 1인자는 한명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라이벌이 있다.
이런점에서 보면 홍성흔(두산)과 진갑용은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가대표 주전포수 출신의 진갑용은 부산고 시절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투수 손민한이 롯데에 1차지명되면서 1997년 두산유니폼을 입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2년간 두산의 안방마님을 차지했던 진갑용은 99년 입단한 루키 홍성흔에게 밀려 어느새 2진으로 물러나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한 진갑용은 코칭스태프와의 불화까지 겹치면서 99시즌도중 삼성으로 옮겼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후배에게 밀렸다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진갑용은 삼성의 주전포수 자리를 꿰찼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99년 홍성흔이 신인왕까지 거머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결의를 다지곤 했다.
그리고 2001년 둘은 물러설수 없는 한판대결을 벌인다.
2001년 한국시리즈가 둘이 자존심대결을 벌인 무대였다.
결과는 홍성흔의 승리. 이번에도 진갑용은 그저 한국시리즈우승의 축배를 드는 홍성흔을 한 없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둘의 라이벌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도핑파문에 휘말린 진갑용은 대표팀에서 탈락한 반면 홍성흔은 당당히 주전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프로야구서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로 꼽히는 홍성흔과 진갑용. 그들은 이번 가을축제에서 또한번 맞대결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번번히 홍성흔에게 영광의 자리를 물려줬던 진갑용이 이번에는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날지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 김경문 감독도 제2의 조범현 신화의 주인공이 될까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은 김응룡 감독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도 남았다.
정석과 변칙을 적절히 이용하는 김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뚝심까지 갖춰 간단치 않은 지도자로 각인됐다.
이미 '젊은 감독 대세론'을 앞세워 코끼리 감독과 대립각을 세운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조범현 SK감독의 놀라운 지도력에 감명받았다"며 김응룡 감독을 정조준했다.
젊은 패기로 산전수전 다겪은 김응룡 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 감독이 누구인가. 누가 뭐래도 현역최 고이자 프로야구 출범이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그다.
그런 그를 김경문 감독이 어떻게 넘어설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