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도 걱정이고, 못 해도 걱정이고…." 여간해선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김재박 현대 감독이 지난 11일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의 속을 태우는 주인공은 뜻밖에도 용병 타자 브룸바였다.
올 시즌 타격왕을 비롯,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팀의 페넌트레이스 2연패를 이끌었던 브룸바가 왜 김 감독을 딜레마에 빠뜨리게 한 걸까. 이유는 브룸바를 향한 일본 프로야구의 거센 유혹 때문이다.
지난 달 말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국내에 들어와 브룸바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했고, 오릭스 등 다른 구단들도 은근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한국시리즈 직후에는 본격적인 영입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브룸바가 다가오는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일본 구단의 러브콜이 더욱 거세질 것은 자명한 일. 그럴 경우 현대는 올 시즌 팀내에서 최고 수훈을 세운 브룸바를 속절 없이 빼앗길 수 없는 처지다.
일본 프로야구의 몸값이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현대로서는 브룸바를 붙잡아둘 명분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브룸바가 한국시리즈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는 일. 현대가 시리즈 2연패를 하기 위해서는 브룸바의 맹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은 "이럴 줄 알았으면 너무 잘 하지 말라고 하는 건데…"라고 농담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