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에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커브스는 ‘저주’를 들먹거리며 자신들의 불운을 한탄한다.
정작 가을의 불운으로 우는 팀은 따로 있다.
바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애틀랜타는 올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1991년부터 13년 연속 지구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야구 뿐 아니라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1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정상에 오른 것은 단 한 번 뿐이다.
'애틀랜타 4에이스' 혹은 '사이영 트리오'라고 불리는 막강 마운드를 자랑하며 10여 년 간 최강팀으로 군림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번번이 분루를 삼켰다.
애틀랜타가 13년 연속 지구우승을 하는 동안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은 5차례, 시카고 커브스는 한차례에 불과하다.
양 팀 모두 애틀랜타 앞에서 ‘저주’ 운운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애틀랜타는 포스트시즌에서 번번이 객관적 전력에서 떨어지는 팀에 어이 없는 패배를 당했다.
91년 월드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무릎을 굻면서 시작된 포스트 시즌 징크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95년을 제외하고 매 해 되풀이 되고 있다.
82년 월드시리즈 진출 이후 8년 동안 하위권에서 맴돌던 애틀랜타는 91년부터 팀의 전성기를 맞는다.
91년과 92년에는 당시 배리 본즈가 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7차전 접전 끝에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미네소타 트윈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잇달아 무너졌다.
93년에는 92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그렉 매덕스를 시카고로부터 영입, 기존의 톰 글래빈, 존 스몰츠, 스티브 에이버리와 함께 ‘애틀랜타 4에이스’ 시대를 열었으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커트 실링의 호투와 레니 다익스트라의 맹타를 앞세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시리즈 전적 4-2로 물러났다.
95년 애틀랜타로 연고지를 옮긴 후 첫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며 ‘애틀랜타 왕조’를 예고했지만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9년 연속 쓴 잔을 들었있다.
96년 월드시리즈에서는 뉴욕 양키스에 2연승으로 앞서 나가다가 3차전에서 6-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이후, 3연패로 어이 없이 무릎을 꿇었다.
정규 시즌에서 101승을 거두며 애틀랜타 역사상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97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케빈 브라운과 리반 에르난데스의 호투에 밀려 시리즈 전적 2-4로 패퇴했다.
98년에도 106승을 올리며 프랜차이즈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지만 역시 케빈 브라운의 벽에 막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빼앗겼다.
99년에는 뉴욕 메츠를 꺾고 3년만에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막강 전력의 양키스에 4연패로 물러나는 수모를 당한다.
2000년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세인트루이스에 3연패로 몰린 끝에 일찌감치 가을 잔치에서 탈락했다.
2001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원투펀치를 앞세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1-4로 완패했다.
2002년에는 배리 본즈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무릎을 꿇었고 2003년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시카고 커브스의 95년만의 포스트 시즌 승리의 희생양이 됐다.
애틀랜타 팬들을 더욱 어이 없게 하는 것은 포스트시즌 홈경기의 기록적인(?) 승률이다.
애틀랜타는 97년 신축한 터너 필드로 구장을 옮긴 이후 포스트시즌 홈경기에서 4승 12패의 엽기적인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의 홈관중이 적고 포스트시즌 홈경기조차 자리가 남아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애틀랜타 팬들은 번번이 터너 필드에서 상대방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애틀랜타는 터너 필드로 이사한 후 99년을 제외한 7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마지막 패배를 홈경기에서 당했다.
적지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지막 승부를 홈으로 끌고 온 올해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12일 터너 필드는 5만4,068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4차전에서의 극적인 승리에 고무된 팬이 대거 구장을 찾은 것. 구단 역사상 2번째로 많은 관중이 입장한 이날 애틀랜타는 휴스턴 타자들에게 17안타를 허용하며 3-12로 대패, 홈팬을 여지없이 실망시켰다.
터너 필드의 홈관중 수는 2001년 이후 4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는 팀 중 관중 수가 줄어드는 구단은 애틀랜타가 유일하다.
메이저리그가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낸 올해도 터너 필드를 찾은 홈관중은 급감했다.
올 시즌 애틀랜타 홈관중 수는 232만 2,565명으로 전체 17위에 그치고 있다.
평균 관중 수도 2만 명대로 떨어졌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시애틀 매리너스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보다 적은 숫자이며 창단 이후 변변한 성적 한번 내지 못한 콜로라도 로키스보다도 적다.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치욕적인 참패를 당한 것을 감안한다면 내년에?터너 필드를 찾는 관중들의 발걸음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트시즌 징크스로 우는 팀은 보스턴이나 시카고가 아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