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때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때로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장면이 계속 떠올라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후 김응룡 삼성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6회 초 호투하던 선발 김진웅 대신 권혁을 투입한 것을 두고 후회가 물결치지 않았을까. 5회까지 김진웅의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김진웅쯤이야'로 생각했던 두산타자들도 놀랄 정도로 빠른 직구는 손도 못댈 지경이었다.
그런 김진웅을 빼고 투입한 권혁이 선두타자 전상렬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장원진의 번트가 내야안타로 연결되면서 추가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최경환의 희생번트는 당연한 수순. 다급해진 권혁은 벤치의 지시로 김동주를 고의사구로 걸렸다.
하지만 권혁은 홍성흔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김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일순간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기울며 사실상 승부가 판가름 났다.
5이닝만 막아주면 대성공이라던 김진웅은 5회까지 투구수가 72개에 불과했다.
충분히 계속 던질 수 있는 힘이 있었으나 삼성 벤치가 중반 이후에 승부를 걸겠다는 판단에 따라 투입한 '권혁 카드의 효용'을 보지 못하면서 판을 내준 것은 아닐까.아마도 김응룡 감독이나 선동렬 수석코치는 이날 밤 6회 초를 떠올리며 잠못 이루는 밤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대구=스포츠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