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실링 발목부상 '묘한 운명'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4.10.14 08: 57

묘한 운명이다.
한국선수가 발목을 다쳐 제대로 등판하지 못할 때 비난을 퍼부었던 선수가 자신도 발목부상의 덫에 걸렸다.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면 그가 비난을 했던 한국선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수술대에 올라 올 포스트시즌을 접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과 그의 동료인 우완 선발투수 커트 실링(38)의 이야기이다.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오른 발목 부상으로 등판을 못하자 '꾀병이 아니냐'며 비꼬았던 실링은 부상 투혼을 발휘한다며 마운드에 무모하게 올랐다가 팀의 중요한 일전을 망쳤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오른 발목을 접질린 실링은 13일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 통증완화제를 맞고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6실점으로 무참히 깨지며 패전 투수가 됐다.
김병현과 실링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부터 묘하게도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실링의 비아냥 때문에 둘 사이는 별로이다.
지난 해 4월, 둘이 함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있을 때 실링은 김병현이 피츠버그전서 투구 후 부러져 날라온 방망이 파편에 오른 발목을 맞아 깊숙히 파이는 부상을 당한 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자 "어릴 적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보다 아프냐?"며 비꼬으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실링은 지난 겨울 보스턴으로 이적해온 이후에도 먼저 와 있던 김병현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계속하며 딴죽을 걸었다.
김병현은 지난 해 4월 15일 부상 당시 심각한 상태였지만 치료와 테이핑을 한 채 3경기를 더 선발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실링보다도 더 한 투혼이라면 투혼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부상이 길어지며 완쾌가 되지 않자 김병현은 자칫 어깨 등 다른 부위에 부상이 올 것을 우려해 팀에 등판이 힘들다고 밝히며 한달여간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러자 실링과 브렌리 당시 감독은 '꾀병'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다.
김병현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 때의 부상이 도화선이 돼 보스턴으로 이적한 시즌 말미에 어깨 통증이 생겼고 그로 인해 올 시즌까지 제대로 뛰지를 못하는 최악의 사태로 연결되고 말았다.
부상 초기에 치료에 전념했더라면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지금 당당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펄펄 날고 있었을텐데 김병현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김병현 만큼 아파보지도 않고, '꾀병'으로 몰아부쳤던 실링은 이제야 김병현의 당시 심정을 알 수 있을까. 실링은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도 가능하면 등판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팀닥터는 수술을 받아야할 상태로 진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보스턴에 대역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면 실링은 부상자로 로스터에서 빠지게 될 것이 확실하고 그 자리를 플로리다에서 훈련중인 김병현이 대신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말 묘한 운명의 수레바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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