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실력이 '우선' 영어는 '선택'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4.10.14 12: 12

물론 영어를 잘하면 여러가지로 좋다.
팀워크가 중요한 야구에서 팀동료들과 어울리는데 도움이 되고 실생활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니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노모 히데오(LA 다저스)가 본격적으로 빅리그의 물꼬를 튼 후 한국과 일본 출신 등 이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동양선수들이 꽤 늘어났다.
현재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동양 선수 중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때 일본 출신 빅리거들은 대부분이 통역을 쓰고 있고 한국 출신 빅리거들은 일부만이 통역을 두고 있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등 미국 생활이 꽤 된 일본 선수들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 등 생활하는데 있어서는 영어가 수준급이지만 인터뷰 때는 필수적으로 통역을 두고 있다.
영어로 직접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지만 때로는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다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웬만하면 통역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 13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간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서 3안타 5타점을 올리며 양키스 승리의 주역이 된 외야수 마쓰이 히데키는 통역을 두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로 미국 진출 2년차인 마쓰이로선 아직 기자들과의 공식 인터뷰를 할 만큼 영어 실력이 안됐을 것으로 여겨지는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하는 통역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출신 선수들의 경우에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미국 생활을 많이 한 박찬호는 현재 통역없이 미국 기자들과 영어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미국 진출 10년이 넘는 베테랑답게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따금씩 무심결에 한 말이 꼬투리가 잡혀 곤욕을 치른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인터뷰에서 'Who cares?(누가 신경쓰느냐)'란 말로 현지 언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 생활이 가장 오래 된 박찬호가 이 정도인데 다른 선수들은 어떨 것인가.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출신 선수 중에서 통역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뉴욕 메츠의 서재응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 정도만이 통역을 활용할 뿐 다른 선수들은 직접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박찬호를 비롯해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 최희섭(LA 다저스), 봉중근(신시내티 레즈),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 등은 통역이 없다.
박찬호 외에 젊은 선수들은 아직 팀 내 입지가 통역을 요구할 만큼 되지 않는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영어 인터뷰로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탈이 없었으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미국 기자들은 통역을 활용하는 동양 선수들에 대해 은근히 냉소적인 글을 쓰기도 한다.
미국 생활이 몇 년째인데 아직까지 영어를 못하느냐는 투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관점일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 살지 않았고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출신 선수들이 어설픈 영어로 인터뷰를 하다가 곤욕을 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특히 언어구조의 차이 등으로 영어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동양 선수들로선 통역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이다.
또 언어란 것이 말만 잘한다고 다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나 관습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영어 실력보다는 야구 실력이 먼저이고 인터뷰를 위해선 통역을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영어를 제대로 못해도 야구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에게는 영어를 못한다고 딴죽을 거는 미국 기자들은 거의 없다.
또 설령 말 실수를 했을 경우에도 상대에게 전달되기 전에 정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통역을 두는 장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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