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축구와 국민께 내 미래를"
OSEN 기자
발행 2004.10.15 10: 36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 선언한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가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현재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에서 2년째 뛰고 있는 홍명보는 남아 있는 플레이오프 일정만을 소화한 뒤 완전히 현역에서 은퇴하고 축구 행정가 수업을 쌓을 예정이다.
다음은 홍명보가 15일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메시지 전문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주셨던 선배님과 동료 여러분, 한국 축구의 미래인 후배 여러분,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으로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안녕하세요. 홍명보입니다.
이제 저는 25년간 신었던 축구화를 벗고 그라운드를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축구공과 운동장만 있으면 저는 달렸습니다.
그렇게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서 축구를 했다면 숨이 턱턱 막히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선배님과 동료, 후배들이 있었기에, 항상 저의 건강을 기원하신 부모님과 가족이 있었기에, 그리고 언제나 사랑으로 격려해주신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 언론 관계자분들이 있었기에 25년이라는 세월동안 저는 그라운드에 설수 있었습니다.
제가 부족한 능력이나마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도, 그로 인해서 분에 넘친 찬사를 듣게 된 것도 저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열렬히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경기를 하면서 마음 아픈 순간도 많았고, 가슴 뿌듯한 시간도 많았습니다.
부상 등의 이유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할 때는 한없이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린 적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그 마음은 한번도 변함이 없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제와 고백하건대,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도 저와는 인연이 없는가 하고 내심 포기했던 대회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월드컵은 언제나 아쉬움, 그리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림자였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도달할 수 있을 듯한 그 곳은 막상 부딪쳐 보면 오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좌절을 경험했던 저였기에 선수로서 제 생애의 마지막인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영광스럽게도 한.일 월드컵에서 뛸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월드컵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부상에서 막 회복된 몸이었지만, 지난 20여년동안 해왔던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격렬한 경기에도 힘든 줄 모르고 뛰었습니다.
제 축구 인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감격의 월드컵 1승을 거두고, 이어 대망의 16강 진출이 확정 되었을 때 저는 3전 4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이렇게 끈질기게 두드리니 문이 열리는구나 하는 감격에 젖었습니다.
전세계 축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월드컵을 네번이나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는 과분한 영광이지만, 그동안 꿈에서나 그려왔던 16강 진출에 이어 4위를 달성하게 된 것도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영광입니다.
그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선수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잘할때나 못할때나 묵묵히 스탠드를 채워준 열성 팬들이 있었기에 그 영예로운 자리가 있었다고 믿습니다.
얼마전 선수생활을 마감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저보다도 주위분들이 더 안타까워 하셔서 마음이 숙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께서 그동안 베풀어 주신 크나큰 사랑을 이제 갚을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선수 홍명보는 2년전 한국을 떠날 때 이미 은퇴했던 것이고, 미국에서의 2년은 제 자신을 정리하고, 한국 축구를 위해 미래의 저를 준비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저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과 팬 여러분 덕택에 지금의 홍명보가 있어왔기에, 다가올 미래도 한국 축구와 선후배, 동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을 위하여 바쳐지리라 확신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저입니다만,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홍명보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채찍질 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는 지난해에 이어 올 연말에도 선후배, 동료 선수들과 함께 불우 이웃을 위한 자선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셔서 저와 우리 선수들의 작은 뜻에 동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04년 10월 14일 홍명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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