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자 스포츠신문 마다 머리에 '최강 두산' 머리띠를 두른 앙증맞은 남자 아이 사진이 모두 실렸다.
13일 삼성-두산 1차전이 열린 대구 구장을 찾은 200여명의 두산 원정팬들 중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의 귀여움과 머리띠 응원의 발랄함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것이다.
게다가 두산이 이겼기에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의미있었다.
두산 이혜천(25)은 14일 오전 숙소에서 일어나 신문을 집어들고 기사를 보던 중 깜짝 놀랐다.
자신의 18개월 된 어린 조카의 사진이 스포츠신문 5개에 모두 실려 있었던 것. 전날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긴 아이가 바로 이혜천의 조카 최수관 군이었던 것이다.
이혜천의 누나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맞아 대구까지 동생의 응원을 왔던 것이다.
이혜천은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두산을 응원하러 온다"며 자신보다 두산을 더 좋아한다고 실룩거렸다.
물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대구까지 온 누나와 조카가 고맙다는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누나와 조카가 오늘도 응원하러 온다고 했다"며 "조카가 아주 야무지다"면서 한창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틀간 어린 조카의 응원을 받은 이혜천이 남몰래 신주 모시듯 하는 것이 따로 있다.
모자에 고이 넣고 있는 물건. 바로 오는 12월 4일 결혼식을 약속한 여자 친구 박은정 씨(26)의 사진이다.
이혜천은 자신과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여자 친구의 작은 사진을 모자 속에 붙어있는 햇빛 가리개 안쪽에 비밀스럽게 꽂아두고 있다.
이혜천은 "경기 중에 힘들면 모자를 벗어 몰래 한 번 쳐다보면서 힘을 낸다"고 웃었다.
지난 2000년 팀 선배 박명환의 소개로 박 씨를 만난 이혜천은 교제한 지 5년만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로 했다.
한편 이혜천은 14일 대구서 벌어진 2차전서 1-3으로 뒤진 8회 무사 1루에 등판,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어 추가 득점을 노리는 삼성 타선을 양준혁을 병살타로 막는 등 추가 실점 위기를 잘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