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대비, 수원구장에서 훈련중인 현대선수단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정규시즌에서 어렵사리 1위를 차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답지 않게 조용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주전 대부분이 1998년과 2000년 한국시리즈에 뛰었던 터라 큰 경기에 대한 중압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김재박(50) 감독을 필두로 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도 이미 2번씩이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 들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조금만 비켜서서 바라보면 현대는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를 즐기고 있다.
'남의 집이 잘못됐으면'하는 바람에서가 아니다.
어차피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삼성과 두산이 난타전을 벌인 후 한국시리즈에 올라온다면 한결 수월하게 가을축제를 맞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꺼풀 더 벗겨보면 현대는 내심 두 팀이 5차전까지 가기를 바란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SK와의 한국시리즈가 자꾸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현대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른 SK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SK가 준PO, PO를 거치며 힘을 소진한 덕을 톡톡히 봤던 현대다.
두 팀이 5차전에서 결판을 내게 된다면 현대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삼성이 조금 상대하기 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이다.
현대가 나름대로 여유를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두산이 올라올 경우 에이스 레스의 등판 일정이 현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4차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많은 레스는 5차전까지 플레이오프가 진행될 경우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제 1선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1, 4, 7차전에 나서는 제 1선발이 2승만 따내면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발 근접할 수 있다.
하지만 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3일 간격으로 등판한데다 4차전이 끝난후 3일만 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서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레스가 결국 2, 5차전에 나선다면 현대로서는 투수로테이션을 짜기도 쉬워진다.
삼성이 파트너로 올라와도 마찬가지이다.
현대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3차전을 삼성이 이기고 4차전을 두산이 잡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에이스 배영수가 5차전 선발로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코칭스태프는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수로테이션을 짜고 있다.
이럴 경우 배영수는 한국시리즈 3, 7차전에 선발등판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단기전의 승패는 투수력에 의해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현대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격이지만 두 팀이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