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편지에 담긴 슬픈 사연'
OSEN 잠실=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17 14: 59

두산 김경문 감독(46)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모자에 한 선수의 배번을 새겼다.
병역 비리로 연루된 이재영(25)의 배번이었다.
'16'이라는 숫자를 아로 새긴 것은 이재영에 대한 각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프로 2년생인 이재영은 올시즌 꼴찌 후보였던 두산이 예상을 뒤엎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주역 중 한 명. 이재영은 공동 다승왕(17승)에 오른 레스나 방어율 1위(2.50) 박명환을 뒤에서 받쳐주며 불펜의 핵심 노릇을 톡톡히 해줬다.
올시즌 9승(7패) 3세이브 11홀드에 방어율 2.59를 기록했던 이재영은 두산의 승리 증수표나 다름없을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없었다면 박명환도 레스도 두산도 망외의 소득을 올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시즌 막판에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병역파동에 휘말려 구속까지 된 제자의 처지를 항상 안타깝게 여겼던 김감독은 애끊는 마음을 모자에 이재영의 배번을 새기는 것으로 달랬다.
또 다른 선수들에게 정규시즌내내 함께 했던 이재영을 생각하며 플레이 하자는 뜻도 담겨 었다.
이같은 김감독의 이심전심으로 통했는지 두산선수들은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16일 삼성과의 3차전에서 0-2로 완패, 1승2패로 벼랑 에 몰린 김감독은 17일 4차전을 앞두고 감독실에 혼자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상념에 잠겨있던 김 독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장문의 편지를 써내려갔다.
내용인즉 이랬다.
"우리 이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은 다 네 분이다.
여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겠다.
"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아가며 이어지던 구구절절한 사연은 "시즌이 종료된 팀 료들과 꼭 면회를 가겠다"는 글로 끝을 맺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인 이재영에게 쓴 편지였다.
요한 순간마다 이재영을 떠올리며 마음의 각오를 다졌던 김 독은 시즌 최종전이 될지도 모를 4차전을 앞두고 이재영을 또 한번 머리 속에 떠올렸다.
그런 다음 김 감독은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4차전에 임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