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환, 말이 씨가 됐나?
OSEN 정연석기자 < 기자
발행 2004.10.17 17: 37

17일 잠실 구장.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가운데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을 벌이기 위해 두산 선수들이 운동장에 먼저 도착했다.
두산 선수들은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기 줄어 지어 운동장으로 걸어나갔다.
긴장감마저 감도는 가운데 러닝을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최훈재 타격 코치는 "저기 까치가 4마리나 있네. 길조인 것 같은데"라며 운을 띄웠다.
선수들은 너나 할 것없이 최코치가 가리키는 외야 스탠드를 바라보면 "까치가 행운의 여신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라고 되뇌였다.
두산 선수들에게는 포시트시즌에서 까치를 보면 이긴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있었기 때문. 선수들은 지난 13일 대구에서 벌어진 1차전을 앞둔 이른 아침 숙소 옥상에서 까지를 본 것을 떠올리며 마치 승리라도 할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두산 선수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군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저, 있잖아요. 까치가 아니라 갈매기 아닌가요." 평소 장난기가 있는 내야수 나주환이었다.
선수들은 일순간 맥이 탈 풀렸다.
농담으로 괜한 소리 한마디를 했던 나주환은 나머지 선수들한테 집중포화를 받았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느라 경기 전 상황을 모두 다 잊어버리고 있던 6회초. 0-4로 뒤지다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4-4로 동점을 만들어 경기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주환은 4회말 홍원기 타석때 대타로 들어선 유재웅대신 유격수로 나섰다.
나주환은 삼성의 첫 타자 박한이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삼성은 나주환의 실책으로 찬스를 잡고 대거 3득점, 두산의 반격으로 반전될 뻔한 분위기를 곧바로 바꿔 버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괜한 생각일 수 있지만 나주환이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씨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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