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자 한다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 불멸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도중 12척에 불과한 전력으로 왜선 133척과 맞서 싸운 명량해전을 앞두고 말한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을 풀어놓은 말이다.
어려운 위기를 맞이하거나 힘들 때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자주 언급되는 명언이다.
요즘은 너무 많이들 사용해 이순신 장군이 애초 말한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왜적을 상대한 이순신 장군과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1승 2패로 벼랑끝에 몰린 두산 선수들은 17일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 '죽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 앞서 두산 라커룸에 있는 게시판에 큼지막한 글씨체로 '오늘 우리 모두 그라운드에서 죽자'라는 살벌한 문구가 씌어 있었다.
외야수 최경환이 동료들과 결전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써놓았다.
4차전 선발로 등판한 외국인 투수 개리 레스는 한 술 더 떴다.
게시판에 '레스 English cafe'라고 써 놓고는 밑에다 역시 결연함이 엿보이는 'Do or Die'라고 적어 놓았다.
굳이 해석하자면 '이길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인가.' 고참 장원진 역시 훈련에 앞서 덕아웃에서 "여기서 다 죽자"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1회초 4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두산은 한 점씩 쫓아가 5회말 기어코 4-4 동점을 만들었다.
6회 안경현은 왼팔에 공을 맞고 그라운드에 나뒹굴었지만 아픔을 참고 경기 끝까지 2루 수비를 책임졌다.
권오준-권혁-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철벽 계투진을 상대로 5회부터 꼬박꼬박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끝까지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6회 허용한 3점을 따라잡지 못해 '필사즉생'에 성공하지 못한 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자신들의 모자에 새겨놓은 모토인 '허슬 플레이'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홈팬들에게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