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에이스 정민태 "마음을 비웠다"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18 00: 00

"마음을 비웠습니다.
"17일 수원의 라비돌호텔에서 합숙 중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지켜본 현대 에이스 정민태(34)는 의외로 담담했다. 예전 같으면 "한번 해볼 만 하겠다"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나타냈을 법도 한데 "마음을 비웠다"는 말로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이날 자체 청백전에 등판, 3이닝을 던진 정민태는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연봉이 7억4,000만원이나 되는 그였지만 올해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규시즌에서 고작 7승밖에 올리지 못했다.에이스 다운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심적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 그런 그가 마음을 비우고 한국시리즈에 임하겠다는 화두를 던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명예회복의 절호의 기회인 한국시리즈를 앞둔 터라 그의 말뜻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마음을 비웠다'는 말의 속내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17일 자체 청백전이 끝난 후 정민태는 자신의 구위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전언이다. 정규시즌 내내 볼 끝에 힘이 없어 고전했지만 이날 청백전에서는 구위가 위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정민태도 "정규시즌에서는 밸런스가 무너져 고유의 폼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17일 청백전에서 감이 조금 잡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어차피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가타부타 떠돌어 봤자 손해만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팀의 우승이 우선이다"는 말로 자신의 낮췄지만 정민태는 98년 2003년 팀우승의 주역이었다.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MVP에 올라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각인된 그가 대사를 앞두고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리 없다.
2000년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그는 시즌 막판 허벅지 이상으로 고전을 면치못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자리를 후배 김수경에게 내주고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에도 "팀이 우선이다"는 말로 쏟아지는 질문을 피해갔다.
현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정민태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의 솔직한 심정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현대 벤치는 정민태가 예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한국시리즈를 수월하게 치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 처럼 볼 끝에 힘이 없어 난타당한다면 삼성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웠다'는 정민태의 향후 행보가 한국시리즈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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