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펼쳐지는 삼성과 현대의 200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여러가지 화제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양김의 전쟁'으로 불리는 신·구 명장의 자존심 대결, 재계를 양분하다시피했던 현대와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맞대면 등 다양한 이슈로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잔뜩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수들간의 라이벌 의식까지 더해져 역대최고의 명승부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목받는 두 명의 코치가 있다.
김시진(46) 현대 투수코치와 선동렬(41) 삼성 수석코치가 바로 관심의 대상이다.
둘 다 한국프로야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코치다.
김시진 코치는 선수시절 라이벌 최동원을 제치고 1987년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은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역대 시즌 최저방어율(0.89)기록을 세운 선동렬은 현역시절 개인통산 146승(현역 포함 역대 3위, 은퇴 투수 중 1위)을 거두었고 통산 방어율 1.20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그야말로 '국보급투수'였다.
개인통산 성적만을 놓고 보면 김시진이 선동렬에게 약간 처지기는 하지만 통산 124승(역대 7위)을 올려 프로야구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김시진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운이 나빴던 비운의 투수였다.
그에 반해 선동렬은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며 모두 6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묘한 것은 김시진이 비운의 투수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었던 뒷배경에는 선동렬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의 부동의 에이스였던 김시진은 선동렬과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86년과 87년이었다.
85년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룬 삼성은 86년 최강으로 도약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86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동렬은 선발등판, 김시진은 구원등판해 첫 대결을 벌였다.
선동렬은 3-3이던 9회까지 던진 후 강판했다.
그러나 김시진은 연장전까지 던져 그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비록 둘간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김시진의 한국시리즈와의 악연이 계속됐다.
김시진은 그 해 3차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패전의 멍에를 쓰고만다.
해태가 3승1패로 리드한 채 맞이한 5차전. 연투로 피로의 기색이 역력한 김시진은 선발등판, 3회까지 4실점하고 강판했다.
반면 선동렬은 6회초 구원등판,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86년 한국시리즈를 기점으로 삼성은 나락의 길로 떨어졌고 해태는 한국시리즈 4연패의 디딤돌을 놨다.
87년 김시진의 삼성과 선동렬의 해태는 다시 한국시리즈라는 운명의 열차에 동승했다.
결과는 86년과 똑같았다.
김시진의 부진으로 삼성은 4연패의 수모를 당했고 선동렬은 연거푸 우승컵과 입맞춤했다.
김시진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인 7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고 그 이후 다시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다.
반면 선동렬은 88, 89년에도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선수시절 단 한번도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했던 김시진 코치는 지도자로서는 대성공한 케이스이다.
98년 현대 투수코치로 부임한 김시진은 현대를 투수왕국으로 만들며 세 번이나 챔피언 반지를 갖게 된다.
현역 시절 친정팀에서 못다이룬 꿈을 지도자로서 이룬 김시진 코치는 이제 선동렬 코치에게 빚을 갚을 차례이다.
비록 직접 마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치지는 않지만 덕아웃에서 후배 선동렬과 운명의 한 판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시진이 현역시절 그토록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고 싶어했던 삼성, 그것도 현역 때 그 자신에게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안겨줬던 선동렬이 수석코치로 있는 친정팀을 상대로 복수혈전을 벌여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