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감독은 김응룡 감독을 싫어해?
OSEN 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18 10: 52

1980년 8월 김응룡(63) 삼성감독과 김재박(50) 현대감독은 나란히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일은행 김응룡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이었고, 김재박은 대표팀 주전 유격수이자 팀의 중심이었다.
둘은 감독과 선수 사이로 주최국인 일본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한국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두 감독은 24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10월21일 이젠 맞수의 처지로 올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 만남이다.
첫 대결인 9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의 창단 감독이었던 김재박 감독이 김응룡 감독에게 보기좋게 나가떨어졌다.
8년만의 재격돌.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두 명장도 많이 변했다.
환갑을 넘은 코끼리 감독이 '지는 해'라면 여우 감독은 '떠오르는 해'이다.
김응룡 감독은 통산 10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실상부한 국내 프로야구계의 지존. 이에 맞서는 김재박 감독은 40대 중반에 지도자로 부임, 이미 3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포스트 김응룡 시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번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 두 거물은 그리 편치 않은 사이다.
김재박 감독이 프로 지도자로 데뷔한 이후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맨처음 발단은 박재홍 때문이었다.
96년 창단한 현대는 박재홍이라는 거물신인을 앞세워 대단한 바람을 일으켰다.
고참감독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박재홍의 부정타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어 김응룡 감독도 가세해 경기도중 거세게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치졸한 시비라고 치부한 김 감독은 모른 척 했지만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 사람은 건널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인천 3차전에서 현대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당한 김응룡 감독이 인천출신 심판이 현대를 봐준다며 심판배정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김재박 감독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한국시리즈를 결국 해태에 넘겨준 후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옛날식 야구로 상대팀을 흔드는 치졸한 수법의 전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두 감독은 드러내놓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상대방을 의식하곤 했다.
김응룡 감독이 2000년 시즌이 끝나고 삼성으로 옮긴 이후에는 삼성과 현대의 라이벌 의식 때문에 만나기만 하면 죽기살기식으로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잠잠하던 갈등관계가 불거진 것은 지난 10월 4일. 김응룡 감독이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기아가 현대에 지자 "형제구단을 봐준다"며 기아와 현대를 싸잡아 비난했다.
빈정이 상한 김재박 감독은 "언제적 수법인데"라며 말꼬리를 흐렸지만 노회한 코끼리 감독의 술수가 다시 시작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젊은 감독의 기수임을 자처하는 김재박 감독과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두 감독의 해묵은 감정 싸움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