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한 차례 격돌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재계 라이벌팀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대단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대는 김재박이라는 여우감독이 버티고 있었고 삼성은 김용희 감독이 지휘하고 있었다.
1998년 현대의 우승에 자극받은 삼성은 뒷돈까지 준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의 프랑코와 칼날같은 제구력을 자랑하는 가르시아라는 투수를 앞세워 타도 현대를 부르짖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두 팀선수들은 초반에 헛방이질 하기 일쑤였다.
승부가 갈린 것은 5회. 삼성은 2-2이던 5회 초 무사 1루에서 김태균의 빨랫줄같은 타구가 잡혀 병살로 처리되면서 도망갈 기회를 놓쳤다.
위기 뒤에 찬스가 온다는 속설처럼 현대는 5회 말 2사 2, 3루에서 행운의 사나이 카펜터의 적시타로 승기를 잡아 8-3으로 이겼다.
현대 정민태는 노련한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김진웅은 패전의 멍에를 썼다.
1차전 승리투수 정민태와 룸메이트인 김수경이 현대의 선발투수였다.
젊은 선수라 큰 경기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박경완이라는 뛰어난 도우미가 있었다.
박경완은 야무진 투수리드로 김수경이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의 빼어난 투구할수 있는 디디돌이 됐다.
이날 경기후 '야구는 투수놀음이 아닌 포수싸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경완의 인사이드웍이 뛰어났다.
2차전도 현대의 8-0 완승.
임선동과 가르시아의 맞대결보다 2000년 시즌을 앞두고 LG에서 현대로 트레이드된 심재학의 수비가 압권이었다.
우익수 심재학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총알같은 송구로 삼성주자들을 비명횡사시켜 경기의 분위기를 현대쪽으로 돌려놨다.
결국 홈에서 반전을 노리던 삼성은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1-4로 무너졌다.
3연패를 당한 삼성과 3연승의 현대의 분위기로 봐 이미 승부가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포자기 상태의 삼성타자들을 상대로 현대 선발 정민태는 6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구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라이벌 현대를 넘지 못한 채 4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김용희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아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된다.
현대는 라이벌 삼성을 연파한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