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이상한 망령이 따라 다닌다.
바로 '상암 징크스'라는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 구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과 4강전을 치른 최고의 경기장이다. 그런데 대표팀은 경기장 개장 이래 35개월간 이곳에서 1승1무7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그러니 '상암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무조건 성적이 안좋았으니 징크스라고만 치부할 게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나 뒤집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로 한국과 대결했던 상대팀들 때문이다.
한국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팀을 많이 상대했다. 세계최강 브라질을 비롯해 월드컵 준우승팀인 독일, 동구권 강호 크로아티아와 불가리아, 남미축구의 거인 아르헨티나와 제 1회 월드컵 우승팀 우루과이, 월드컵 3위팀 터키, 영원한 라이벌 일본, 북중미 다크호스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이다.
단 한 팀도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럼 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만 유독 강팀들과 만났을까. 너무 당연한 결과다. 수도 서울이 지닌 상징성에 흥행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제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만만한 동남아시아나 중동팀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게임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 다른 구장에서의 승률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승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징크스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스스로를 옭아매서 꼼짝 못하게 만든다.
한국 대표팀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다. 비록 독일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받았지만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몰디브와의 경기에 징크스까지 따져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징크스는 없다. 단지 실력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