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링 "양키스팬 쉿! 약속 지켰다"
OSEN 김정민 기자 < 기자
발행 2004.10.20 13: 21

양키스팬들, 입을 다물게 해준다고 했잖소."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커트 실링(38)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앞서 했던 약속을 결국 지켜냈다.
실링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1차전 등판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키스타디움에 모일 5만5000관중들의 입을 다물게 해주겠다.
내가 보스턴으로 온 이유는 양키스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ALCS 1차전 마운드에 오른 실링은 디비전시리즈에서 입은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며 3이닝 동안 6피안타 6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조기 강판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실링은 경기 후 “오늘 이상의 투구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등판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6차전 마운드에 다시 올라 부상을 의심케 하는 눈부신 호투로 팀을 승리로 이끌며 ‘양키스타디움을 꽉 채운 팬들을 침묵시켰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경기 전 비가 내려 그라운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고 기온마저 뚝 떨어져 정상 컨디션이 아닌 실링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링은 7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며 양키스 타선을 4피안타 1실점으로 요리, 통산 184승을 올린 대투수 다운 관록을 과시했다.
특히 4회초 하위 타선의 폭발로 4점을 먼저 뽑아내 4-0으로 리드한 채 맞은 4회말 수비에서 커트 실링의 진가가 드러났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게리 셰필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맞은 무사 1, 2루의 위기상황. 실링은 흔들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며 마쓰이 히데키, 버니 윌리엄스, 호르헤 포사다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 줬다.
득점한 뒤 맞은 위기 상황에서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에이스 다운 위용을 과시한 것. 부상 부위의 출혈을 감수하면서 마운드를 지킨 실링의 역투는 지난 시즌 테오 엡스타인 단장이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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