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 야구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속언이 생겨난 것은 인생살이 처럼 야구경기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큰 경기일수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일로 흐름이 뒤바뀌기 일쑤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개미구멍이 점점 커져 둑과 제방을 무너뜨리듯 야구경기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플레이하나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과 현대가 격돌하는 한국시리즈도 예외는 아닐 성 싶다.
현대의 홈인 수원구장이나 삼성의 근거지인 대구구장은 규모는 엇비슷하다.
수원구장은 좌우펜스까지 95m, 센터펜스까지 120m. 대구구장도 좌우펜스거리는 수원구장과 똑같고 센터펜스까지는 117m. 그러나 문제는 잔디. 수원구장은 내외야에 천연잔디가 깔려있다.
반면 대구구장은 인조잔디다.
수비 특히 내야수비는 잔디상태에 따라 천양지차다.
천연잔디에서는 타구도 빠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타구의 바운드가 크지 않다.
내야수들이 수비하기가 수월하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인조잔디 구장은 다르다.
타구도 생각보다 빠른데다가 바운드가 크게 튀어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실수하기 십상이다.
내야 수비력은 현대가 삼성보다 약간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구에서 2차례나 경기를 벌여야 돼 현대내야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삼성도 연간 절반의 경기를 대구구장에서 치러 인조잔디에 익숙하다.
상대적으로 천연잔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빠른 타구를 예상하다가 느린 타구가 오면 수비하는 데 적지 않게 애로를 겪을 수 있다.
삼성이나 현대모두 내야수비에 허점을 안고 있다.
삼성은 2루, 현대는 3루가 문제이다.
삼성은 시즌내내 주전 2루수로 뛰었던 박종호의 출전여부가 관건이다.
부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종호의 부상 정도가 심해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경우 김재걸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즌내내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조동찬이 김재걸이라는 새파트너와 함께 제몫을 해낼지 의문이다.
현대는 시즌막판 병풍에 열루돼 도중하차한 정성훈의 공백이 문제다.
외국인 타자 브룸바를 3루수로 기용하는 고육지책을 택했지만 부담감이 크다.
브룸바가 정성훈만큼 수비에서 제대로 해낼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브룸바가 수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타격감마저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두 팀의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김시진 현대 투수코치와 선동렬 삼성 수석코치의 투수 로테이션은 매우 다르다.
현대가 투수 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김시진 코치는 '믿음'이 최우선이다.
정민태 김수경이 정규시즌 내내 제 구위를 찾지못하고 부진에 허덕일 때도 그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김 코치의 지론은 큰 경기일수록 경험 많은 선수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한국시리즈 3번 우승의 주역 정민태 김수경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그의 강한 신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선동렬 코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스타 출신. 올시즌 처음 지도자로 나섰음에도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이 투수력에서 현대에 밀리지 않는 것도 그가 지난 동계훈련 기간에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한 덕분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권오준 권혁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선 코치는 김 코치와 달리 철저하게 컨디션 위주로 선수를 기용한다.
제아무리 스타라도 구위가 좋지않으면 가차없이 배제한다.
임창용이 대표적인 케이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제구력이 나빠 언제든지 큰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선 코치는 그를 플레이오프에서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생각했다.
실리 위주의 투수 기용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선 코치와 원칙에 충실한 김 코치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