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의 스리번트에 관한 안좋은 추억
OSEN 수원=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21 20: 52

해태와 현대가 맞붙은 1996년 한국시리즈 2차전.당시 해태는 김응룡 현 삼성 감독, 현대는 창단 사령탑인 김재박 감독이 이끌고 있었다.
1차전을 8-3으로 이겨 2차전에서도 해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1-1에서 돌입한 연장 10회말. 현대 구원투수 정명원으로부터 잇따라 볼넷을 얻은 해태는 무사 1,2루의 호기를 잡았다.
1점만 내면 2연승을 달릴수 있었던 김응룡 감독은 후속 타자 정회열에게 번트사인을 냈다.
어차피 1점차 승부인 상황에서 번트작전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정회열은 초구 2구에 계속 번트를 댔으나 실패했다.
김응룡 감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왔으나 꾹 참고 다시 번트사인을 냈다.
결과는 또 실패로 스리번트 아웃. 당시 김응룡 감독이 스리번트 사인을 낸 첫째 이유는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한 것. 번트에 실패, 심적 부담이 큰 정회열에게 강공을 지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그 대가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김 감독의 속깊은 뜻과는 달리 해태는 추가점을 내지 못해 결국 현대에 2-1로 역전패하고 3차전에서 노히트노런의 수모까지 당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1일 수원에서 벌어진 삼성과 현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번에는 김응룡감독이 해태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고 김재박 감독과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묘하게도 8년 전 상황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2-4로 뒤진 삼성의 7회초 공격. 조동찬의 좌전안타와 진갑용의 몸에 맞는 볼로 주자는 무사 1,2루. 번트작전으로 주자를 2,3루로 진루시키면 안타 하나로도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응룡 감독은 후속타자 김재걸에게 8년 전 정회열에게 그랬던 것처럼 번트사인을 냈다.
그러나 김재걸도 1,2구에 잇달아 번트에 실패했다.
그리곤 8년 전과 똑같이 스리번트 작전을 펼쳤다.
결과는 또 실패. 결국 단 1점도 따라붙지 못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병살타를 우려한 김 감독의 심모원려 작전이었지만 8년 전의 안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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