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코끼리?
OSEN 기자
발행 2004.10.22 00: 00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또 흔히 '이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적을 잘 알지 못하거나 대충 알았거나 둘 중 하나다. 또 자신의 허물을 알지 못하는 것도 패착의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응룡 감독은 1차전에서 할 말 없는 패장이 아닐까.시계추를 돌려 21일 저녁 수원구장으로 돌아가보자. 0-4로 뒤지다가 6회초 양준혁과 로페즈의 한국시리즈 통산 5번째 랑데부 홈런이 터져 분위기가 삼성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7회초 기회가 왔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선두타자 조동찬이 좌전안타, 진갑용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 무사 1,2루의 동점상황.김재걸에게 번트사인을 낸 것은 누가봐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2차례 번트에 실패한 후 볼을 골라 볼카운트 2-1. 4구째 역시 김재걸은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타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떠올라 포수쪽으로 떨어지는 파울. 정규시즌에서도 좀처럼 보기드문 스리번트 아웃이었다.
경기 후 김응룡 감독은 "큰 경기에서 스리번트 작전을 한두 번 쓴 게 아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1996년 해태 감독시절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1이던 연장 10회말 무사 1,2루에서 정회열에게 스리번트를 시킨 적이 있다. 8년 전이나 올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상황은 똑같았다. 결과도 똑같았다. 스리번트 작전이 대수가 아니라는 김 감독은 병살타를 막기 위한 뜻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수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될까.
삼성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번이나 병살타를 때렸다. 그러나 3승1 패로 이겼다. 정규시즌에서도 병살타가 122개나 된다. 병살타 노이로제에 걸릴 만도 하다.
그렇지만 스리번트만 그가 택할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을까.두 번의 번트실패로 위축될대로 위축된 김재걸에게 다른 작전을 주문햇으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결과론이고 감독의 작전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덩치는 남산만한 코끼리 감독의 욕심이야 누구나 다 알아주는 것이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욕심을 버리면서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그는 코끼리표 야구게임을 보고 싶은 야구팬들이 많이 있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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