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용병(用兵)이란 상산(常山)에 살고 있는 솔연(率然)이라는 뱀을 다루는 것과 같다. 이 뱀은 그 대가리를 치면 꼬리가 나와서 휘감고 꼬리를 치면 대가리가 나와서 문다. 또 중간을 치면 대가리와 꼬리가 모두 나와서 대항해 온다.”손자병법에 나오는 전설속의 상산의 뱀에 대한 이야기다. 자는 무릇 장수는 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전법을 취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현대의 6회말 공격에서 김응룡 삼성 감독과 김재박 현대 감독은 불꽃튀는 지략대결을 펼쳤다. 한치의 양보없는 말 그대로 상산의 뱀전법을 구사한 것이다. -4로 앞선 무사 1,2루 위기에서 삼성이 먼저 상대의 의중을 탐색했다. 호투하던 임창용이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하자 선동렬 수석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삼성 불펜에서는 선 코치의 '비밀 병기' 좌완 권혁과 사이드암 권오준이 몸을 풀고 있었다. 대의 후속타자가 좌타자인 전근표라 권혁의 등판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권혁의 등판 시기를 한 템포 늦췄다. 그러나 임창용이 전근표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주자는 무사 만루. 그래도 김응룡 감독은 침묵을 지켰다.
김동수를 상대로 임창용이 삼진을 잡아내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이번에는 김재박 감독이 반격에 나섰다. 채종국 대신 좌타자 강병식을 대타로 내세운 것. 이에 질세라 김응룡 감독은 상대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듯 좌완 권혁을 등판시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권혁이 먼저 나오고 권오준이 뒤에 등판할 것을 간파한 김재박 감독은 우타자 이택근을 다시 대타로 내세우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병식을 '사석'으로 염두에 두고 이택근을 미리 대비시켰던 것이다. 이택근이 삼진으로 물러나 김재박 감독의 '상산의 뱀 꼬리 자르는' 듯한 작전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했다.
송지만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은 현대 김재박 감독은 또 한번 상산의 뱀작전을 이용했다. 어차피 막판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권오준을 빨리 마운드로 불러 낼 요량으로 좌타자 전준호 대신 우타자 김일경을 대타로 내세웠다. 삼성은 어쩔수 없이 권오준을 내세우고 말았다. 김 감독은 삼성이 막판에 쓸수 있는 투수를 미리 끌어내 막판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삼성 불펜에는 전병호와 박석진만이 남아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이같은 상산의 뱀꼬리를 자르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