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 세인트루이스와 앙숙인 시카고가 미국 전역을 흥분시키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서 레드삭스를 응원하고 나섰다.
시카고 지역의 대표적인 라디오 방송인 WGN은 하루에도 수 차례, 월드시리즈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팬들은 열렬히 레드삭스 지지 의사를 보내고 있고 방송 진행자 역시 은근히 레드삭스를 응원하고 있다.
일부 팬이 "우리가 왜 레드삭스의 승리를 원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애써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레드삭스를 응원하고 있다.
시카고 지역 팬들이 레드삭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하나는 앙숙인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등극만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메이저리그의 2대 저주 가운데 하나인 '밤비노의 저주' 가 없어져야 시카고 커브스에 내려진 '염소의 저주'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시카고 지역을 프랜차이즈로 삼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은 지난 해까지 최희섭이 뛰었던 시카고 커브스와 이만수 전 삼성 선수가 불펜 보조코치로 활동 중인 시카고 화이트 삭스. 이 중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소속인 커브스는 같은 지구 카디널스와 숙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양 팀은 레드삭스-양키스 못지 않은 라이벌로 유명한데 시즌 중 맞대결 때마다 집단 몸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올 해도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토니 라 루사 감독이 육두문자까지 동원하며 싸우는 등 감정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올 시즌 막판 갑작스런 연패로 와일드 카드를 놓쳐 '가을 고전'의 구경꾼이 된 커브스로서는 잔치의 들러리인 것도 참기 힘든데 최대 라이벌 카디널스가 챔피언이 되는 것은 더욱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일부 팬은 저주의 종식을 위해 보스턴을 응원한다.
지난 1918년 우승 이후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로 트레이드 한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지 못한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먼저 푼다면 커브스도 자신들에게 내려진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커브스는 사실 보스턴 보다 더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해 본 팀이자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다.
커브스는 지난 1908년을 끝으로 챔피언과는 인연이 없었으며 가장 최근의 월드시리즈도 1945년이 끝이었다.
특히 커브스는 지난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 애완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 필드에 온 샘 지아니스라는 농부의 입장을 거절했다가 그로부터 '커브스는 절대 우승 못한다' '커브스에 저주가 내려라', '리글리 필드에서는 다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 등의 악담을 들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커브스는 그 해 3승 4패로 패한 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염소의 저주' 때문이라고 부르고 있다.
레드삭스가 챔피언이 될 수 있을 지 시카고 팬들의 관심도 무척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