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1986년을 기억하라
OSEN 김정민 기자 < 기자
발행 2004.10.26 12: 41

‘보스턴 레드삭스, 아직 좋아하기에는 이르다.’
보스턴을 늘 따라다니는 것 중의 하나가 ‘통한의 월드시리즈 도전사’이다. 이번 월드시리즈 전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패배한 1946년과 1967년 월드시리즈의 전례를 들어 ‘세인트루이스 징크스’가 거론되고도 했다.
현재 보스턴은 포스트시즌 6연승 가도를 달리며 월드시리즈 정상 고지의 4부 능선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보스턴이 너무 좋아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보스턴 좌절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스턴 역사상 최악의 월드시리즈였던 1986년 당시와 지금은 여러가지로 상황이 흡사하다는 것.
보스턴은 현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패 후 4연승의 신화를 쓰며 포스트시즌 6연승을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팀 자체 최다 연승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86년의 5연승이다.
당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는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게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5차전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7-6으로 역전승한 뒤 6,7차전을 싹쓸이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올 시즌 3연패 후 4,5차전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과정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뉴욕 메츠와 맞붙은 1986년 월드시리즈에서도 1,2차전에서 1-0, 9-3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5연승 가도를 질주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은 홈경기에서 11-9, 6-2로 세인투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역시 1986년의 과정과 똑같다.
단 차이가 있다면 1986년에는 뉴욕 셰이스타디움에서의 원정 경기에서 2승을 올렸다는 것. 이 때문에 당시 월드시리즈 우승은 당연히 보스턴이 차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면 1986년 보스턴이 어이 없이 무너진 상황을 살펴보자.
메츠는 3차전을 7-1, 4차전을 6-2로 승리, 시리즈 전적 동률을 이뤘다. 보스턴은 5차전서 브루스 허스트가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드와이트 구든과의 맞대결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 만을 남겨 놓는다.
6차전 정규이닝서 3-3으로 맞선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보스턴은 10회초 데이브 핸더슨의 홈런과 마티 배럿의 적시타로 2득점, 5-3으로 앞서 나갔다. 10회말 공격에 나선 메츠의 월리 백먼과 키스 에르난데스가 플라이볼로 물러나며 2사 주자 없는 상황, 셰이스타디움 전광판에는 보스턴의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준비됐고 월드시리즈 MVP로는 5차전 완투승의 주인공 브루스 허스트가 선정됐다.
그러나 여기서 보스턴의 악몽은 시작된다. 메츠는 2사 후 연속 3안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고 2사 1, 3루에서 투수 봅 스탠리의 폭투로 동점을 만든 후 1루수 빌 버크너의 어이 없는 알까기로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6-5로 경기를 뒤집었다.
보스턴은 7차전에서도 3점을 먼저 올렸으나 투수진으 무너지며 8-5로 역전패, 다 잡았던 고기를 놓쳤다.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보스턴이지만 현재 상황은 1986년의 어이 없는 월드시리즈 패배 과정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신과 징크스의 팀’ 답게 보스턴이 6연승을 질주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어도 ‘징크스와 저주’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보스턴이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온갖 저주와 징크스를 깨뜨려 버릴 지 아니면 ‘통한의 월드시리즈 도전사’ 제 5장을 장식하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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