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의 기록 무산으로 본 역대 아까운 기록들
OSEN 대구=정연석 기자 기자
발행 2004.10.26 12: 51

지난 25일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후 삼성 에이스 배영수는 "7회부터 기록을 의식했다"며 "그러나 하늘이 도와주지 않은 것 같다"며 천운(天運)론을 폈다.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밴 표정으로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일생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대기록을 놓친 소감치곤 너무 담담했다.
그러나 배영수가 말했듯 '천운'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기록을 작성되기 쉽지 않다. 제 아무리 뛰어난 구위를 갖고 있더라도 수비 타격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대기록 달성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배영수처럼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땅을 쳤던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문에 퍼펙트를 놓쳐버린 정민철
한화 정민철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될 뻔한 적이 있다.
1997년 5월23일. 장소는 대전구장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정민철은 OB를 상대로 호투했다. 8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완전무결한 퍼펙트.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무르익어 갈 즈음.
생각지도 않은 사단이 발생했다. 8회 1사후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OB의 심정수였다.
22타자들을 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했던 정민철의 구위에 심정수도 쩔쩔 매기는 마찬가지였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정민철은 변화구를 던졌다. 심정수의 방망이는 예외없이 허공을 갈랐다. 삼진 아웃.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포수 강인권이 볼을 뒤로 빠트린 것이다.
심정수는 전력을 다해 1루로 내달렸다. 1루에서 안착한 OB벤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한화 덕아웃에서는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삼진은 삼진인데 스트라이크 낫아웃.
이후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정민철은 9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프로야구 통산 11번째 노히트노린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강인권이 볼을 뒤로 빠트리지만 않았다면 정민철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퍼펙트게임이라는 위업을 이룰 수 있었다.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기차가 떠난 뒤였다.
▲9이닝 동안 무안타 1실점으로 노히트노런에 실패한 박진철
해태 시절의 박진철도 기록에 관한한 비운의 투수로 남아 있다.
때는 1999년 4월17일.
박진철은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8회까지 사사구 5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단 한개의 안타도 맞지 않고 점수도 내주지 않아 노히트노런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0으로 앞서고 있던 9회초들어 두 타자를 잇따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데 이어 패스트볼까지 범했다. 스퀴즈번트로 1실점.
하지만 스퀴즈번트도 야수선택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비자책점이 됐다.
박진철은 9이닝 동안 단 한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자책점도 0을 기록했으나 어이없게 1실점, 노히트노런 일보 직전에서 분루를 삼켰다.
해태는 연장 10회에 1득점, 2-1로 승리했으나 10회부터 마운드를 넘긴 박진철은 승리투수도 되지 못하고 노히트경기에 만족해야만 했다.
▲퍼펙트게임 목전에 뒀다 패전투수가 된 송진우
1991년 10월12일 대전구장.
당시 빙그레는 해태와 한국시리즈 3차전을 벌였다. 빙그레 선발투수는 송진우.
송진우는 시속 140km을 넘나드는 직구와 빠른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역투에 역투를 거듭했다.
1-0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송진우는 8회 2사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퍼펙트게임. 삼진 3개와 내야땅볼 12개 플라이아웃 8개.
퍼펙트게임을 노려볼 만한 순간이었다.
비극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은 8회 2사후. 김종모 대신 타석에 들어선 정회열은 볼카운트 2-1에서 1루 덕아웃쪽으로 뜨는 파울타구를 날렸다.
잡힐듯 했던 파울타구는 빙그레 포수 유승안과 1루수 강정길의 미트사이를 뚫고 튀었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아니나 다를까. 기분이 상한 송진우는 정회열과 8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퍼펙트행진은 멈췄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게 있었다. 노히트노런.
그러나 후속타자 홍현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진 송진우는 장채근에게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는등 3실점하고 KO당했다.
결국 퍼펙트와 노히트노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송진우는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송진우는 한화로 팀 명칭이 바뀐 뒤인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역대 최고령 기록이자 한국 프로야구 사상 마지막인 노히트노런을 작성, 9년 전의 한을 풀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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